< 대하장편소설 >

 

                                                꺽 지

                                          ( 제 1 부 )

                           이브의 계곡

* 작가의 말 *

환락과 비정한 뒤골목의 서사시(抒事詩)

  신(神)이 존재하여 인간의 삶이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임하는 곳이라면 아마 거기는 반평 남짓한 쪽방의 서글픈 생존,화려하게 피어나는 밤의 꽃(夜花), '똥치'라고 불리는 창녀로 고통스럽게 시들어가며 비천한 신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어렵사리 살아가는 그들에겐 그 무엇을 감추고 꼭꼭 자물쇠를 채워 숨겨둘 것이 없는 벌거숭이의 창백한 인생, 순백의 진실이 있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그러한 부류들 중에는 윤락녀, 위안부, 양공주, 똥갈보, 똥치로 불리우는 사람들이 있지요.
  저는 지금부터 비정한 골목의 쪽방에서 울고 있는 똥치를 이야기 하렵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끔찍하게 멸시하는 사람들이지요. 한 치를 어디 올려다볼 수도, 더 내려갈 데도 없는 가장 낮은 밑바닥 인생이지요. 그들도 사람으로 태어난 인생이기에 사랑과 미움이 있고, 우애와 슬픈 눈물과 기쁜웃음이 함께 있는 것입니다.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 당신은 남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주었습니까? 」
 그들은 무엇을 애써 얻기보다 애오라지 남들에게 모든 걸 바 받치면서 살았습니다. 가장 곱고 꿈이 많았던 시절을, 가장 아름다운 생애를 남들에게 헐벗은알몸으로 아낌없이 남김없이 바쳐버렸습니다. 그리고 외롭고 쓸쓸하게 병들어 죽어갔습니다. 그들의 삶은 추악하고 하찮다 하겠으나 누구보다 값있는 인생으로 역사에 묻혔습니다. 한가지만 더 묻지요.
 「 당신은 순수합니까? 」
 물론 아니지요. 그들을 암캐로 데리고 놀았다면 당신은 수캐였습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숨기고 감출 것이 없는 벌건 알몸뚱이었기에 함박꽃같은 순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불쌍한 사람을 붉은 바라보는 온정이 있었으며 적나나한 삶이 훤히 드려다보이는 진실이 있었지요. 그들의 사랑은 신비롭고 서로 나누는 인간애는 참으로 그 속이 뜨거웠습니다.
 저는 지난 밤 꿈에 방울소리를 쩔렁거리며 눈길을 지나가는 마차 소리를 들었고, 써늘한 찬바람이 스치는 창 밖에 목마가 슬피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똥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정많은 누나였습니다. 골목길에 붉은 피를 토하고 쓰러질 때까지 매일 처절하게 짓밟히고 찢기는 삶으로 피눈물을 도랑물처럼 쏱던 생활이었지만 한번도 그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한많은 숙명의 눈물고개를 허위넘어 온 삶이었지요. 문학은 유행 따라 잠시 나부끼다 사라져버리는 사치품이 아니라 역사적인 기록입니다. 어느 시점부턴가 도덕의 진공으로 나라 전체가 사창화되어 간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 악랄한 왜정의 정신대를 훨씬 뛰어넘는 삶의 비극이 있었고 그것이 문학에서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이번 작품을 집필하면서 가슴이 막히고 눈시울이 뜨거워 몇번을 내던졌습니다. 이제 어숭그러한 졸작이나마 마무리하여 이룸출판사의 배려로 햇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그 정많은 슬픈 누나들에게 바칩니다.     

                                                    -저자 김 중 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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