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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될 거 있겠어.

 

  산등성이 위로 비행기 서너 대가 날아왔다. 빨치산 유격대가 진을 친 산으로 낮게 내려오던 비행기에서 바위덩이같은 폭탄이 마구 떨어져 내렸다. 폭음과 함께 거대한 불덩이가 산등성이로 미끄러져 뒹굴면서 화염이 충천하는 시커먼 연기 속으로 나무가지가 부러져 날아가고 돌덩이가 산자사방으로 튀었다. 불길이 번진 산속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살아남을 것 같지 않았다.
  유격대에 들어간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네이팜탄의 불길 속에 타죽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룩 그을린 시체에선 노린내가 코를 찔렀다. 요행히 살아남은 사람들의 통곡 소리가 처절하게 산골짜기로 울려퍼졌다.
 「 불에 타 죽은 걸까, 살아 있는 걸까? 」



  두덕두덕한 얼굴로 순진하기만 하던 덕구오빠, 그 산 속의 시뻘건 불길에 타죽지 아니하고 살아남았다 해도 국군 토벌대의 총에 맞아죽은 시체가  깊은 산골짜기에 눈비 맞아 썩고 서늘한 바람에 메마른 해골이 뒹굴고 있을 터이었다. 총에 맞아죽기는 병준이 오빠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병준이 오빠는 사범하교를 무사히 마쳤으면 지금은 코흘리게 보통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으련만.....비정하게 수도사단 토벌대로 들어왔을 때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총알이 소위 소위 하고 날아온다는 전장에서 병준이 오빠라고 해서 살아남았을 리가 없었다. 갈매기 아저씨 말처럼 어쩌면 불길에 타죽은 형상보다 더 험악하게 몸이 찢기고 동강이나서 자욱한 포연 속에 먼지처럼 날아가 사라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누구를 마음 속에 두고 사랑을 느껴보았다면 오로지 병준이 오빠였다. 하늘이 도와 살아 있다면 아마 대위나 소령 계급장을 달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부질없는 망상이었다.
  전쟁, 살육의 폭풍이 한 소녀의 분홍빛으로 곱게 물든 사랑의 상념조차 갈기갈기 찢으며 산산이 어둔 잿빛으로 빼앗아가고, 형장의 사형수에게 한 모금 담배와도 같이 전장의 공포 속에 죽음을 예감하며 짧은 한순간이나마 위안을 받고 싶은 군인들의 욕구에 바쳐진 정신대 여자처럼 자신은 이제 전쟁에 가족과 마누라 잃은 홀몸으로 폐허 속의 고달픈 하루살이에 지친 뭇사내들에게 제물로 바쳐진 위안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 모든 것이 다 떠나고 사라졌어. 바람처럼 연기처럼..... 」
  서글펐다. 낯선 사내를 오래전에 인연을 맺은 남자처럼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면서 벌거벗고 나란히 누워 있는 신세가 한없이 처량하고 서글픈  생각이 들다가도 그녀는 무언가 억울한 분노가 복받쳐 올라와 몸을 몇번씩 뒤채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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