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수. 다시 개업하는 년 첫손님을 대줘서 .」
 「 그동안 영업을 못해서 일수가 많이 밀렸잖아 . 」
  덜렁네는 방으로 빨리 들어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 끔찍히두 생각했수. 」
  꺽지는 손님이 든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낮게 내려온 천막지붕을 떠받치듯 방 한가운데 우뚜러니 서 있던 남자가 너부적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전쟁통에 난민구호소 꿀꿀이죽(미군부대 쓰레기통에서 버린 식품 찌꺼기를 주워다 멀겋게 끓인 것) 한 그릇도 못 얻어먹어 뼈마디가 앙상하게 불거져 비쩍 마른 데다 걸레같은 넝마 조가리로 헐벗은 사람들이 지천인데, 중씰하게 기름기가 번질거리는 남자의 면상을 보니 제법 돈푼깨나 만지는 사람같았다. 남자는 마치 방에 들어온 색시의 관상을 보듯 뜯어지게 쳐다보았다.
 「 왜 그렇게 쳐다봐요?
  꺽지는 멋적은 미소로 물었다. 중년남자는 희뿌연 면상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양동 골목에 딸이라도 찾으러 왔어요 ?」
  옷을 벗을 생각을 하지 않고 찬찬히 살펴보기만 하는 중년남자를 보며 꺽지는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지부진한 휴전회담으로 이어지면서 다소 평온을 되찾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아들딸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던 것이다.
 「 이 애는 오늘 방금 왔어요 .
  손님이 화대를 내줄 생각을 않고 실큼하게 시간을 끌자 덜렁네는 다시 방문을 열고 말했다.  
 「 아직 어리고 순한 시골티가 나잖아요 .
  돈푼이나 있는 손님을 모셨다 싶은 덜렁네는 메주볼이 쳐진 오무래미 입을 합죽거리며 근천을 떨었다. 쳐다보기만 하던 남자는 매끈한 가죽지갑에서 돈을 꺼내주었다.
 「 조그만 더 내세요. 보시다시피 이 애는 아저씨가 처음이에요.
  덜렁네는 입에 붙은 거짓말을 했다. 기름진 면상으로 찬찬히 살피고 뜯어보던 남자는 발그족족하게 촌때가 덜 가신 색시 얼굴을 한번 더 뚫어지게 쳐다보고 나서 펨푸에게 천환짜리 한 장을 더 꺼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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