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하장편소설 *

       해적 THE PIRATES     

                        김  중 태                

    도적과 광기의 現代史

 
 

       * 작가의 말 *

  이 땅에 단군이 나라를 세운 이래 삼한(三韓)과 신라, 고구려, 백제, 고려 육백 여년에 이씨조선 왕조가 있었고, 일본 제국주의 식민 삼삽육 년, 해방이 되어 남북으로 갈라진 땅에 김일성 공산정권과 자유당 독재정권 십년에 4.19혁명의 피로 얻은 장면(張勉) 민주정부는 박정희 군사 쿠데타에 허망하게 쓰러지고 군사독재의 서막이 열린 유신정권 십팔 년, 장기 독재의 험난한 질곡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새봄을 맞이하던 나라는 또 신군부(新軍部)의 반란으로 개화를 보지 못하고 암흑시대에 빠져들었다. 바야흐로 도적의 시대가 온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오랜 군사정권에 신음하며 빈사상태에 빠졌던 민생반란이 도처에서 일어나던 유신정권 말기에서‘구국의 결단’이라는 미명 아래 민주화를 염원하던 광주 민중의 피를 붉게 뿌리며 국권을 송두리째 찬탈한 신군부 강압집권 십이 년 간의 부정부패와 광기의 환란으로 점철된 도적들의 복마전을 적나나하게 파헤친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 파놓은 정치적 망령과 편중된 독재개발, 정치공작, 고문통치, 정경유착, 선량들의 부정과 야합, 양심없는
관료들의 독직과 토색질,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공권력, 협잡으로 피어난 악의 꽃들, 부동산 투기바람에 셋방을 내쫓긴 일가족들은 오갈 데 없는 길거리에서 동반자살이 빈번한 가운데 벌창난 호화 향락산업에 독버섯처럼 피어난 전국 조직폭력배들의 할거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백주에 인신매매단과 떼강도는 도깨비처럼 어지럽게 날뛰었다. 인륜이 사라진 도덕 진공의 패륜과 불륜이 전염병처럼 창궐하던 세상, 큰 도적은 누각에 근엄한 권위가 빛나고 하치않은 좀도둑들은 가차없이 감옥에 끌려 들어갔다.
  대저 의적과 혈당(血黨)의 무리는 불법부당한 착취와 견딜 수 없는 폭
정에 피눈물이 고인 울분이 치솟고 억원에 찬 기가 격하여 응혈로 이루어진 불덩어리가 아니던가. 본시 『해적(海賊)』이란 머나먼 절해에서 무도히 약탈을 자행하는 무리를 말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선 가진 자들을 위한 악법과 권력을 등에 업은 부정한 관리, 폭력배, 무소불위의 복마전 권력을 일컫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불 같은 강도들의 탐욕에 누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약탈자(해적)로 몰려 짓눌린 산멱으로 어렵사리 생존을
구걸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억울한 피눈물이 어찌 강을 이루지 않을 수 있으리. 중국의 기서(奇書) 수호지 양산박의 백팔 정의한 유협(遊俠)들이 조정의 부패를 통탄하며 시원하게 복마전을 파헤쳐 두들겨대는 재주에는 못 미치겠으나 무소불위의 찬탈한 권력을 빌어 불러먹으며 걸태질로 사리사욕의 식재(殖財)를 일삼고 간교한 야합으로 역사를 마구 뒤흔들어 나라를 분탕질한 도당들의 사악한 실상을 웬만큼 벗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사실을 소상히 이야기하고 후련한 재미로 진실을 쓰고자 하였다. 네온사인 불빛이 이글거리는 화려한 유흥향락가, 거리에 부나비 같은 청춘으로 소외된 젊은이들의 거친 생존폭력과 전국적인 폭력조직, 군소 갱스터들의 피비린내나는 이권다툼을 사실에 바탕을 두고 그렸으며,
부당한 편법과 가진 자들의 야만적인 횡포에 궁핍한 생활로 가련한 목숨마저 위협받으며 비참하게 살아가는 민생, 분노의 혈기로 일어난 ‘백민당’ 정의한들이 잘못된 사회에 반항하며 불의를 난타하는 활약상을 역동적으로 힘차게 펼쳐 놓았다.
  과거는 작가들이 권력의 이런저런 압력에 시달리고 양심에 따른 집필과 행동이 투옥으로 이어져 심히 불편하였던 게 엄연한 사실이다. 이 이야기를 엮는 데도 오만한 초법적 비리와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조직폭력배와 작당한 인물들, 폭력세력의 겁박도 없지 아니하였다. 양심바른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므로 분별을 모르는 협박이 끼어들고 금전갈취의 손이야 있을 것이지만 워낙 터득한 것이 짧고 어림없는 글재주에
길고 장황한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힘이 부치고 긴장의 단절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중언부언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작중 인물들과 실제의 사건은 소설이 갖는 창의적 상황에 따라 다소 다르다는 점을 밝혀 둔다. 단군 이래 최대의 복마전 도당들에게 귀중한 재산과 질박한 삶을 빼앗기고 불행했던 사람들, 겁약한 의지와 투혼을 일깨우고 작품에 관련된 자료를 거리낌없이 제공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서기 2002년  10 월
                                                               북한산방 석우제(石隅齊)에서
                                                                저 자  김  중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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