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맘쓸 거 없네, 사람 사는 세상이 그런 것을…….」
 바다에는 그들이 타고 있는 대성호와 인접 마을 사람들의 명진호밖에 떠 있는 고깃배가 없었다. 햇빛은 점점 강렬해지고 해면의 되쏘는 파광(波光)이 눈부시게 난연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하늘에는 갈매기가 날고 있었다. 그 중에 한 마리가 날개를 길게 뻗고 비스듬히 강하했다가는 다시 떠올라 둥그런 원을 그리며 맴돌았다.
  배는 나로도를 바라보며 들어가고 있었다. 명진호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석산 앞바다에서 함께 조업을 하면서 마을로 귀항할 작정이었다.
 「세상은 아주 잘못되고 있제. 없는 사람들이 점점 저 살던 터전을 버리고 떠나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걸세.」
  백선장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수자원보호라는 명분으로 우리네가 얼매나 타격과 고초를 받고 있나.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바꾼다지만 그것도 마을 실정에 따라 이루어져야 헐 것인디, 마구잡이 군대식으로 몰아대는 바람에 우리네 가난뱅이 지선 어민들은 어장 시설자금이 없어 돈 많은 대처 사람들에게 모다 빼앗겨불고 이젠 배라도 띄울라 치면 불법어업이다 뭐다 해갖고 마구 잡아넣고 감당 못헐 벌금을 매기니 살기가 참말로 힘들어져불제. 그동안 학교나 댕김서 공부하느라고 이런저런 사정을 자세히 몰랐을 터이네만 자네 부친께서 벌금을 물다가 잽혀 들어간 감옥에서 나와갖고 몸져누운 것은 억울한 울화병이 아니겄는가. 이 바다가 도대체 누구의 것이냔 말일세.」
 「저두 그걸 알고 있고만이라.」
 「모르는 것은 당국자들이제.」
 「그 자들이 왜 모르겄어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걸태질하는 도둑놈들은 거그 다 있은께.」
 「아부진 못 배운 포원이 져서 저를 보고 공불 허라지만 어디 공부가 되어야 말이지라우.」
 「공부는 해야 되네.」
 「대학 갈 집안형편도 안되고 실력도 안되지만 대학을 가면 또 뭘 한다요.」
  우만은 퉁명지게 대꾸했다.
 「뭐 허다니, 이 사람 그게 무슨 망발이인가?」
 「머리 좋아 대학공부하고 출세한 자들 도적질 않는 자가 없는 세상인디 그런 대학공분 안하느만 못하지라우.」
 「사람에 대한 정이 유난히 많고 올곧은 의기는 영락없는 자네 부친일세 그려. 자네 성미로 봐선 아마 대학에 간다 해도 중도에서 퇴학을 당하고 국사범으로 감옥에 들어가겄네. 돌아가는 시국이 그렇덜 않은가.」
  백 선장은 여느때 같지 않은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해두 공부는 해야제.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와갖곤 어디 가서 밥벌이를 헐 수 있던가. 간혹 시내 나가 보먼 하는 일 없이 당구장이나 드나들먼서 패 짓고 빈둥거리는 친구들이 한둘이든가. 심지어 못된 깡패짓으로 어장의 관리선까장 타고 마을 대구리배를 두들기는 놈들이 있는 것을 …….」
 「아부지가 몸져 누워갖고 즈이 집 형편은 말이 아니지라. 공부는 광주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 하나로 족하고만이라.」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자꾸만 살기 힘들어지네. 앞으로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양식어업을 헐래도 배워야 하네. 유신독재가 시작됨서 올바른 말께나 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줄줄이 끌려가 병신이 되는 난장을 당하고 뿔갱이 불순분자로 몰린 감옥살이를 허고 있덜 않은가.」
 
「그게 다 군인들이 정권을 잡고 저지르는 만행이 아니겄다요.」
 우만은 세간에서 들은 대로 말하였다.
「그렇네.」
  배는 나로도를 비껴 올라가고 있었다. 해안은 바위와 짙푸른 언덕들을 배경으로 길게 돌아간 한줄기 녹색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간밤에 논다니 술판을 벌이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들은 선실과 뱃간에서 아무렇게나 기대어 잠이 들어 있었다.
 「언제나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올 것인제…….」
  백 선장은 자실하게 바다의 뱃길을 바라보았다. 바다는 평온했다. 하늘에는 흰구름이 곱게 피어 있었다. 날씨는 아주 좋았다. 백 선장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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