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마다 고향을 등지고 나온 사람들과 뜨내기 부랑자들이 대부분이구……, 보릿고개가 없어짐서 먹고 사는 형편들이 나아졌다고는 허지만 왜 그리 날품뇌동으로 등이 휘게 일해가며 허둥거리는 사람들이 많은제……, 그래도 바다는 니것 내것 없이 배 한 척이면 살만하다 싶더니만 날로 당국의 간섭이 우심해지고 있으니…….」
긴 푸념을 늘어놓으며 백 선장은 배가 나아가는 앞물을 바라보았다. 거뭇거뭇 떠 있는 섬들이 보이고, 배는 어느새 내해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조수가 들고 있었다. 「배를 부리고 그물질을 할만한 젊은 친구들은 죄 뭍으로 돈벌일 떠나불고…….」
  육안 가까이 바라보이는 섬의 선착장에 검고 큰 배가 떠 있는데, 연탄 배였다. 섬 주민들에게 연탄을 찍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연탄을 찍어주고 있는 섬에서 다른 섬으로 건너가는 거룻배엔 바랑을 걸머진 스님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배는 계속해서 내해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갈매기떼가 바다 위로 낮게 선회하고 있었다. 이야기 끝에 무심히 앞물을 바라보고 앉아 있던 백 선장은 갑자기 목을 길게 빼며 몸을 곧추세웠다.
 「사람들을 깨워야겠네.」
 「그물을 내릴 건게라?」
 「함언.」
 백 선장은 키를 놓고 일어났다. 그는 뱃전 바닷물에 손을 담그며 물이 들고 있는 조류의 흐름을 가늠했다. 유속이 무척 빨랐다. 그때였다. 저만큼 앞에서 농어 한 마리가 공중으로 펄쩍 뛰어올라 빙글 돈 다음 머리를 숙여 물 속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햇살을 받은 몸뚱이가 눈부신 은빛을 날렸다.
 「고기떼요!」
 우만은 몸을 벌떡 일으키면서 소리쳤다. 놈이 물 속으로 뛰어들고 나자, 다른 놈들이 연달아 뛰어올랐다. 먹이를 쫓고 있었다. 
「세물 때는 농어가 올라오게 되어 있제. 빨리 사람들을 깨우게나.」    
  백 선장은 말했다. 물 속을 헤엄쳐가는 고기떼를 보고 난 우만은 뱃간을 뛰어다니며 단잠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요, 일어나, 고기떼요. 고기떼!」
  고기떼라는 소리에 뱃사람들은 너나없이 후닥닥거리며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고기떼다!」
  점곤이는 호들갑스럽게 소리쳤다. 그의 외치는 소리는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굉장해라!」
  수면 위로 물을 차고 뛰어오르는 고기떼는 허연 물거품을 일으키고 앞으로 나아가며 연신 뾰족한 머리를 들어올리고 사방에서 뛰어올라 물 속으로 요란스럽게 곤두박히고는 했다.
 「배를 앞으로 몰고 나가!」
  백 선장은 기관실 쪽으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나머지 사람들은 서둘러 그물을 준비했다.
 「우현으로!」
  배는 빠른 속력을 내면서 고기떼를 앞질러 나아갔다. 선소골 사람들의 명진호가 뒤따라붙었다. 제대로만 걸려든다면 단번에 만선할 고기떼였다.
 「세상에 저런 괴기떼가!」

  모두가 흥분했다. 좀처럼 없던 일이었다. 배는 물꽃이 피는 고기떼의 앞머리에서 둥그런 반원을 그리고 나가면서 그물을 드리웠다. 고기떼는 줄곧 윗쪽으로 올라붙었다.
 「줄을 감아!」
  드르륵거리며 롤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뒤따라붙던 명진호가 왼쪽으로 그물을 드리우고 있었다. 장두식이 몰린 고기떼를 보며 말했다.
 「목구녁 때를 조깨 베끼불게 생겼네.」
  돌아가는 세상이 흉흉하니 무슨 개벽이라도 일어날 전조인가 바다에 갯병이 번지는 흉어가 연이은 이태를 두고 겹친 끝에 찾아온 풍어였다.
 「바람 숨결이 거칠어지는디…….」
  백 선장은 바다를 멀리 바라보았다. 해가 기우는 바다는 조금씩 산만해지고 있었다.
 「날씨가 안 좋아지는디라.」
  밀려오는 파도엔 꽃늬(포말)가 허옇게 얹혀 있었다.
 「별일 없을 것이고만이라. 바다 숨결이 조깨 거칠어도 이자는 한 방으로 어창을 채워 돌아갈 거이 아니드란가요.」
  그물의 반경이 좁아지면서 롤러에 감기는 목줄이 팽팽해지기 시작하였다. 고기떼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붙고 있었다. 명진호는 비스듬히 방향을 바꾸면서 배를 깊이 몰고 들어왔다.
 「두 배가 만선을 허겄소.」
  넓게 퍼진 고기떼는 두 개의 그물 속에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드리워진 그물이 좁혀들수록 고기떼는 엄청난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앞선 놈들은 간간이 그물을 뛰어 넘어가고 있었다.
 「그물이 터져불면 워쩐다요.」
  점곤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 사람아, 선복이나 치워두게.」
  두릿그물이 서서히 뱃전으로 다가왔다. 고기가 푸드득거렸다. 그물이 너무나 작은 것이 안타까웠다. 기우는 해의 붉게 타는 놀빛을 받아 안으며 고기들은 더욱 야단스런 요동으로 물을 차고 뛰어오르며 펄떡거렸다. 멀리 흩어져 날던 갈매기떼가 사방에서 끼룩거리며 다투어 날아들고 소란스레 뱃전으로 덤벼들었다.
 「이래서 때론 험한 세상이라도 살맛이 난다 그것이시.」
  모두 힘차게 그물을 끌어들이었다.
 「배천수 장가들게 생겨부렀네.」
  고기가 가득 찬 그물을 뱃전으로 이끌어들이며 장두식은 너스레를 놓았다.
 「돈이 없어갖고 장개를 못갔든 게라. 치마를 둘렀다 싶으면 너나없이 대처 공장으로, 식모살이로 단봇짐을 싸들고 나가분께 장개고 뭐고 갈 여지가 없었지라.」
  그물이 뱃전으로 이끌려 올라올수록 고기들은 야단스런 요동으로 후두둑거렸다. 뱃장으로 넘어오는 고기들은 허연 배를 뒤집고 펄떡거리는데, 점곤이는 몽둥이를 들고 그런 놈들의 머리를 한 대씩 후려쳐서 어창으로 밀어넣었다.
 「모처럼 엄청난 괴기떼를 봉께 눈이 다 확 뒤집히네 그려.」
 그물에서 쏟아진 고기는 크고 작은 잡고기들까지 섞여서 배 안에 수북이 쌓였고 이리저리 뱃간으로 뛰어나가며 펄떡거렸다. 명진호에서도 탄성이 올라왔다.
 「만선기를 달게!」
  어창이 가득 넘쳐 선복으로 올라온 고기를 바라보며 승종씨, 백 선장은 기쁨에 찬 소리를 질렀다. 배는 낡은 엔진소리가 퉁탕거리면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바다는 이미 어두웠다. 섬들과 먼 해안의 불빛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배는 갈머리를 향해 너울거리는 파도를 헤쳐나아갔다. 백 선장은 우만을 돌아보았다.
 「뱃놈이 되려먼 그물 깁는 티 서 말을 먹어야 허제. 그물을 깁다보면 이빨로 물어뜯어야 하기땀시 티를 글코롬 먹을 수밖에 없는 이약이시.」
  백 선장은 힘들고 고단한 뱃사람들의 삶을 말했다. 
「여자 고운 것과 바다 고운 것은 믿덜 못하는 것이고 뱃놈은 오뉴월이 없다네.」
  평생을 고기잡이 뱃일로 살아온 아버지, 그리고 풍랑을 만나 일찍이 수중 고혼이 된 사람들을 통하여 우만은 뱃사람의 가혹한 운명과 고기잡이가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 노역인가를 잘 알고 있었다.
 「바다가 울거나 갯뉘 치면 바람이 곧 불어오고 먼 배 가깝게 보이거나 갈매기가 낮게 날먼 어장을 걷어야 허제. 밤하늘에 뜬 별이 깜박이면 큰 바람이 불어올 징조고 아침 무지개는 비요, 안개 끼면 바다 날씨는 좋아지고 선구름(소나기 구름) 뜨면 배를 돌려야 하는 걸세. 하늬바람 불면 돛 달고 새털구름 뜨면 선주 마누라 본 것 같고 밤바다가 맑아 보이면 만선하는 법이제. 돌풍에는 만선배 헛치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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