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권

 적조(赤潮)*1

   차례
         서장(序章) 뱃길
       제1장 갈머리
       제2장 거무암(巨撫庵)
       제3장 남항(南港)
       제4장 까막바다  

 

서장(序章)

뱃 길

 

(1)

  찍이 삼도라 불리던 남해(南海) 거문도는 고흥반도 남단에서 백여 리에 이르고, 아득한 난바다 수평선으로 펼쳐진 공해상 너머 대마도가 육안에 잡힐 듯 가깝고 중국이 그리 멀지 않은 도서(島嶼)이다.
 고도(古島)와 동도(東島),서도 세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는 드높은 파도와 세찬 바람이 쉬임없이 몰아쳐 오는 난바다를 뒤로하고 그 한가운데 깊숙이 들어앉은 고도는 연안의 수심이 유달리 깊고, 좌우의 동도와 서도(島)가 잔잔한 수면으로 내해를 안온하게 옹위하고 있는 천혜의 만(灣)으로 예로부터 크고 작은 고깃배들과 여객선이 들고나는 기항지(寄港地)가 되었다.
 그리하여 부산과 제주도를 오가는 뱃길의 길목이요, 먼 바다에서 힘들게 돌아와 안온한 내해로 접어드는 고깃배들의 길목이었다. 인근 어장엔 삼치, 갈치, 오징어 등속의 제 철을 맞이한 고기떼들이 다투어 몰리고 기름진 연안엔 자연 서식하는 피조개, 새조개가 버석거리는 황금 벌밭을 이루어 저마다 만선한 고깃배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선창에 부산한 파시(波市)를 이루고 있었다.
 선홍빛으로 붉게 타던 바다는 보랏빛 황혼이 지고 선창은 벌써 어두웠다. 부두는 백열등을 환하게 밝힌 고깃배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선상 파시는 왁자지껄하게 배에서 고기를 퍼내는 하역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낮같이 밝은 불빛 아래 아낙네들은 치맛자락을 강동하게 처매 입고 늘어앉아 뒤섞인 잡고기를 가려내었다.
「동백꽃이 만발했네.」
  뱃사람들은 아낙네들이 선창 바닥에 앉으면 분홍색으로 쩍 벌어지는 사타구니를 일컬어 질감스런 너스레를 떨어 농담을 던지고,
「애기동백만 꽃인 줄 알었소.」
 아낙네들은 사내들이 무색할 지경으로 걸쭉한 응수를 하였다.
「털 난 조개는 질퍽한 거이 좋제지라잉.」
  막 잡혀온 고기들이 싱싱하게 허연 배를 뒤집고 펄떡거리는 하역마당을 넘보고 돌아다니는 경매꾼들도 신명난 소리로 가세했다.
「거근 시든 고추라등먼.」
 하는 말에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자지러들었다.
「이래뵈도 굵직허니 실팍허기로 말하먼 단단한 박달나무 홍두깨시.」
「워메나, 참말로 그라요잉? 하먼 은제 한번 조까 빌려줄 수 있으까잉?」
「저 아짐씨 낭군 바다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방문 고리에 행주치마 걸어놓고 들어갔다 허먼 그날은 저녁밥이고 뭐고 없이 그만 날이 훤히 새어번진다네.」
「이 사람아. 보름 한 달을 굶고 퉁퉁 뿔쿼놘디 안 글 것인가.」
「가끔 빌려달라면 빌려주제.」
  받아 대꾸하는 것도 아주 질퍽했다.
「그놈의 구녁이 뭔 구녁인디 들입다 파대고 홍두깨 말뚝을 쳐불도 끝간 데가 없어갖고 고것이 그만 지 몸뎅이 등창 나는 중도 모르고 두 팔로 꽉 보듬어 끌안고 끙끙댐서 그거를 옴짝옴짝 물어재끼다가 떡판 엉덩짝을 번짝 치어들어 돌려싼디, 워메 죽겄는 거……허허허, 나가 물간 생선 꼴로 간신히 복상사를 모면했다 잪은디, 고것은 뒤끝이 미진한가 사추맇 빼먼 쥑인다니 워쩌겄능가잉. 고것 애원하는 상판이 하도 처절해 갖고 떡메를 다시 세웠지라. 그라고는 시상이 뇌란 어질병이 들어갖고 체머리를 절레절레 내흔듬서 방구석을 불불 기어 나왔고먼이라잉.」
 헤벌어진 입으로 턱을 바싹 쳐들며 쳐다보던 선원들의 웃음소리가 한바탕 솟아올라 방안을 가득 채웠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