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선장, 정말 오늘 이년의 가을 피조개 한 번 맛을 보겄소?」
 작부도 이골이 난 말재간으로 질펀하게 어울려 받아내었다.
「니는 낯반대기에 철쭉꽃이 핀 걸 봉께 영락없는 찰고무조개렷다.」
「잘근잘근 씹어드릴 것인께 박달나무 사추리가 녹아 없어지더라도 나중에 후회는 마시오.」
「두둥실 구름 위에 올라탄 옥황상제가 아닐 것이냐.」
「이 화순인 진펄에 방게 구멍인 걸 몰라요?」
 술판의 분위기가 어디보다 걸찍하였다.
「잘들 노네.」
 고깃배를 묶어놓고 선창으로 뒤늦게 터벅터벅 걸어 올라온 대성호 사람들은 비교적 조용한 <용궁집>으로 들어섰다.
「이 집은 볼쎄 미음에 문드러진 코를 박었나, 어칫크럼 술청에 씨알머리들이 안 뵈는 것이란가?」
 앞장서서 술청의 미닫이 유리창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선 털북숭이 백 선장의 크렁크렁한 목소리가 술청 안으로 울렸다. 안채의 술방에선 노래소리와 젓가락장단이 쏟아져 나오고 전등불만 환하게 비워놓은 술청엔 퇴박맞은 어느 작부 하나 비뚤어진 코빼기도 내어 밀지 아니했다.
「갈머리 백 석련이가 왔소!」
 여인숙처럼 방들이 잇달아 붙어 있는 안채까지 큰 목소리가 재차 울리자, 술방문이 열리면서 울긋불긋 찍어 바르고 맨드리 곱게 단장한 작부들이 우르르 호들갑지게 쫓아 나오고, 주인네가 작달막한 몸짝으로 매꼼하게 문댄 얼굴을 비죽이 보였다.
「아이고오, 우리 백 선장니임!」
 죽은 제 서방이 바다에서 살아 돌아온 듯 작부들은 초풍스fp 목을 끌어안고 매달렸다.
「자기 너무 했어. 이년 하마터면 눈자루가 빠질 뻔했다구.」
 바닷바람 소금기에 나무껍질같이 거칠게 찌들고 생선 비린내가 물씬 배인 볼따구니에 작부들은 서로 다투어 매달리며 입맞춤을 하고, 한 손은 벌써 아랫도리로 내려가 굶주린 그것을 한 번씩 짜릿하게 움켜쥐어주었다.
「이 연심이, 당신 손꼽아 기다리다 지쳐서 앙가슴이 동백꽃마냥 빨갛게 멍이 들어버린 거 몰라?」
 퇴물이 다된 작부는 혀가 돌아가도록 술을 마신 취기가 올라 있었다.
「어서 들어가요. 새로 온 애들도 있어. 애나야, 서옥아? 늬들두 이리 나와 봐.」
 작부들은 이끌고 등을 떠밀며 예닐곱이나 되는 손님들을 술방으로 몰고 들어갔다. 때맞춰 기본 술상에 푸짐한 안주가 연거푸 들어왔다.
「배천수는 어디로 살째기 새분 것이랑가?」
「과부 사냥을 갔제.」
 일행 가운데 슬그머니 빠져버린 배천수를 찾으며 장두식이 물었고 백 선장이 대답했다. 그 사이에 작부들은 뱃사람들 사이사이 들어앉고, 그녀들은 성급스레 술 주전자를 집어 들었다.
「우선 한 잔씩 목들을 축여요.」
「이건 바다 풍랑을 싸워 이기고 만선 고깃배로 돌아온 우리 서방님들의 축하파티에요.」
 작부들 중 하나가 떠벌렸다. 뱃사람들은 작부들이 싫지 아니했다. 열흘 길, 보름 길, 어느 땐 한 달이 넘게 걸리는 외롭고 험난한 뱃길에서 기항한 그들의 고단한 몸을 포근히 감싸고 회포를 풀어줄 위안처였다.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백년 살고지고…….」
 백 선장의 선창으로 그들은 넘치는 술잔을 부딪치고 벌컥벌컥 술잔을 단숨에 빨았다. 작부들은 지독한 화장품 냄새를 풍기며 간들어진 웃음소리를 띄우고 야들야들한 손길로 위안의 정감을 부어주었다.
「늬들은 얼굴에 왼통 빨간 입술만 붙어 있구나.」
 거문도가 낯익은 장두식은 눈에 띄지 않는 작부를 찾았다.
「순옥이는 어디 갔어?」
「그 애는 없어.」
 늙다리 고참 연심이가 잘라 말했다.
「순옥이가 없다니? 어느 손님방에 들어갔어?」
장두식은 다그쳤다.
「술맛 떨어지게 왜 자꾸 없는 애를 찾구 그래.」
 눈가에 까치발이 패인 연심이는 미간 살이 굳어 오른 푸서기 얼굴로 목소리 카랑카랑한 짜증을 부렸다.
「딴 방에 들어갔으면 불러와.」
 장두식은 드센 뱃놈 기질을 보였다.
「그 꼴사나운 애물단지는 죽었어. 끝내 치마를 둘러쓰구 심청이 뒤따라 바다에 풍덩 했다구.」
 술잔이 돌아가며 흥뜬 분위기가 잡히던 술자리는 일시 숨이 죽었다.
「그 계집앨 생각하면 며칠씩 기분이 잡친다구. 술맛 떨어지게 뒈진 년 찾을 것 없어요. 어서, 술이나 마시라구. 저 애들두 예쁘잖아. 새로 온 생둥이들이라구. 다른 손님방에서 특별히 빼온 거니까 그리 알구.」
 목소리가 슬픔으로 메이었다. 그녀는 눈물이 비치던 서글픔을 삼키고 비운 술잔을 옆 사람에게 돌리었다. 술잔을 채워주고 난 그녀는 젓가락장단을 두들기며 노래 한 곡조를 뽑았다.
‘헤~어지먼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고 몹쓸 것 이내 심사…….’
 장두식은 술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못난 년……, 뒈질 놈의 몸뚱아릴 뭐 그리 앙탈을 부리고 소중히 애꼈을까잉.」
 중얼거리며 그는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옷이 다 벗겨진 아랫도리로 벌겋게 누워서도 혀를 깨물어버리겠다고 포달을 부리는 바람에 끝내 품어보지를 못하고 미련만 고스란히 남겨두었던 그것이 험난한 세상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제풀에 절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져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두 눈을 위로 뜨고 멀뚱거리며 헛바람 새는 한숨을 짓다가 술잔을 집어들어 입에 붓고 좌중에 돌아가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믿는다 믿어라~, 변치 말자 누가 먼자 말했던 가아…….’
술판의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뱃간에서 밥이나 짓고 하는 화장 점곤이도 술잔을 받아 마시며 그런대로 어울렸으나 고기잡이 뱃길이 썩 익지 않은 우만은 풋내기의 미추룸한 얼굴로 쑥스럽게 앉아 있었다. 맞은편의 백 선장이 비운 술잔을 우만에게 건넸다.
「자네는 뱃놈이시. 어려워 헐 것 없이 어울려 술을 마시고 계집도 품어 보라구. 그게 뱃놈인 걸세.」
 백 선장은 취한 게 아니었다.
「야 이것들아, 뭣허는 것이여? 이 멋진 미남 총각한티 어서, 잔이 철철 넘치게 따라주덜 않구.」
그는 눈길을 작부들 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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