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장두식이도 웬만해선 남의 주먹에 콧잔등을 얻어맞지 아니하였다. 슬쩍 상체를 뒤로 젖히며 사납게 우리는 주먹을 피하고 나자, 점직하게 자리에 앉아 있던 우만이 상체를 곧추세우며 상대방을 노렸다. 사태를 직감한 연심이가 섬 건달에게 매달렸다.


 「이러지 말아요. 서옥일 들여보내줄 테니 제발 여기서 돌아가요.」
 「저리 비켜!」
 젊은 친구는 앞자락에 매달리는 여자를 뿌리쳤다. 도대체 분별을 모르고 덤비는 친구에게 백 선장이 점잖게 말했다.
 「우리가 당신의 여자를 데려다 끼고 술을 마셨다면 그야 무례가 되었소만 술집 논다니들이야 서로 한 번씩 나누어 품고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겠소. 아무튼 우리가 다소 결례를 한 모냥이니 너무 상스럽게 노여워 말고 똑같은 뱃놈들끼리 통성명이나 하고 술 한 잔 합시다.」
 「꺼벙한 뱃놈 주제에 쎄(혀)에 꺼먼 먹물 쳐바르기는…….」
  젊은 친구는 등등하던 기세가 한풀 누그러져 나왔다.
 「여러 말 말고 계집이나 내놔.」
 「사람이 어디 아무케나 주고받는 물건이든가.」
  백 선장은 존대와 반말을 적당히 섞어가며 젊은 친구를 좋게 다스렸다.
 「뼈다구 부러져 기어 나가고 싶다 그거구먼.」
  젊은 친구는 결코 곱게 물러날 기세가 아니었다.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 걸 봉께 아무래도 귓구녁에 쇠말뚝을 친 모냥이시. 아니면 개싸움이라도 허자는 것인가?」
 「워디 뱃놈들인지 모다 외눙깔 넙치가 되고 싶은 게로군.」
 「데리고 가요. 서옥아, 어서 일어나.」
  험악해져가는 분위기에 연심이는 자리를 일어나 서옥이를 불러내었다. 그녀는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 우만의 곁에서 일어섰다. 장두식이 여자의 팔목을 잡았다. 방에서 아무도 여자를 내주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고 백선장이 나섰다.
 「아무리 허술한 섬구석 술집이지만 지붕이야 내려앉겄소? 어차피 임자 따로 없는 여자를 두고 일이 이렇코롬 되었다면 어떤 심(힘)겨루기라도 결판을 내야만 헐 거 같소.」
 「얼씨구,개방구 끼네.」
  아주 같잖다는 듯이 젊은 친구는 코방귀를 내불었다.
 「터진 입주뎅이라고 함부로 놀리면 쓰나?」
 우만은 눈발을 곤두세웠다.
 「이게 뒈지덜 못해 안달이 도졌제, 나와 이 새끼야!」
 「그래, 나가자.」
 우만은 자리를 벌떡 일어났다.
 「이 사람아, 어쩌려고 그러나?」
 방 안의 대성호 사람들은 휘둥그런 눈으로 우만이를 부여잡았다.
 「안되네, 이 사람아. 저 친구는 여그 거문도에서도 막되어묵기로 소문난 자라고 들었네.」
 「아무 걱정들을 마시오.」 
 우만은 백 선장이 재차 붙잡는 팔을 뿌리치며 문지방을 넘는데, 거쿨진 친구의 손이 멱살을 우악살스레 틀어잡았다.
「요노무 자석, 나가 누군중 알고나 뎀비나?」
「너야말로 오늘 된맛을 봐야 못된 버릇을 고치 겠구나.」


 우만은 멱살을 잡은 놈의 손목을 비틀었다. 하지만 손아귀가 얼마나 센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만은 안되겠다 싶어 무릎으로 사타구니 불알을 걷어올렸다.
「에쿠, 이놈이!」
 두 사람의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졌다. 누가 선뜻 나서 말릴 수도 없었다. 아니 떼어말리고 어쩔 겨를도 없이 치고받으면서 뒤엉킨 두 사람은 선창가로 엎치락뒤치락 뒹굴면서 갯가로 철벅 굴러떨어졌다. 몰려나온 작부들은 기겁을 하고 입을 딱 벌렸다.
「뭐들 해요, 싸움을 말리지 않구?」
 연심이는 발을 동동굴렀다. 술방에서 쫓아나온 대성호 뱃사람들은 진펄에서 철부럭거리며 싸우는 두 사람을 어떻게 뜯어말릴 수도 없이 구경만 하였다.
 「저렇게 싸우다 누구 한 사람 기어이 죽겠어요. 누가 좀 쫓아내려가 말리라구요. 막바우 저 사람은 사람을 때려죽이고도 남을 사람이예요.」
 연심이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맞어죽을 사람 같지는 않네.」
 장두식은 우만이 대등하게 황소같은 싸움을 벌이자 싸움을 말리려고 쫓아나섰던 갯가에 구경을 하고 서 있었다.
 「이 사람아, 아무래도 둘중에 누구 하나 크게 상허겄네. 구경 그만허고 어서 떼어 말리게.」
 진펄에 쳐박혀 뒹구는 두 사람을 보며 백 선장은 크게 우려했다.
 「두식이 성님, 우선 쌈을 말리고 봐야 겄소.」
 점곤이는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 진펄에 뒹굴던 두 사람은 서로 비척거리며 맞잡고 일어났다.
  「이놈아, 너 오늘 뼈다구 안 부러지고 사지 성하니 운수대통한 줄 알어라.」
 우만은 갯가로 걸어나왔다.
 「이놈아, 쌈 안즉 안 끝났어.」
 두 사람이 갯가로 걸어나올 때였다.
「개쌈엔 뜨건 물이 지일이시.」
술집 주인 용궁댁이 함지박에 물을
들고 나왔다.
「 그 물 이리 주시오.」
 뻘투성이가 된 막바우는 물함지를
보고 다가갔다.
 「예끼, 이놈아!」
용궁댁은 냅다 물대야를 들씌워 버렸다.
 막바우는 후두둑 물을 내털었다.
「물 여기 더 있어요.」
 서옥이는 다시 물을 더 떠날랐다.
「그쪽 분도 씻으세.」
 서옥은 우만이 앞으로 물함지를 가져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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