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헌 쌈 구경 한번 잘했네.」
 백 선장은 커굴진 친구의 못된 행티를 다잡아 놓은 우만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악의가 없이 싸우고 나면 더 친숙하게 가까워 진다고 했던가.
 「싸우며 만난 것도 인연 같은디 술 한잔 같이 합시다.」
우만이 제의했다. 커쿨진 왈짜 친구는 걱실거실 술방으로 함께 들어앉았다. 두 사람 모두 몸이 상한 데는 없었다.
 「힘이 보통이 아니더구만.」
 「이놈아, 쌈은 안즉 끝나덜 않었어.」
 「정이 그러하면 당신도 우리와 같은 뱃놈일 것인께 그물질허던 팔뚝 심을 한 번 겨루어서 결정을 보는 것이 어떻겄소?」
 「허허, 저 명태같이 비쩍 마른 팔뚝을 보고 나한티 시방 팔시름을 허라는 것이요?」
  왈짜는 가소로운 웃음을 지었다. 아닌게아니라 덩치가 우람한 왈짜 친구의 구리빛 굵은 팔뚝을 보며 대성호 뱃사람들은 백 선장의 제안이 가당찮다는 생각을 하였다. 백 선장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우만이, 앞으로 나서게.」
  방금 진펄 속에 엎치락뒷치락 하던 두 사람 싸움을 보았듯이 백 선장은 우만이가 팔씨름에서 쉽게 질 것으로 보지 않았다.
 「우라질, 계집년 하나 데려가기 더럽게 가로거치네.」
  왈짜는 매우 귀찮은 듯이 투덜거렸다. 우만은 팔을 걷고 나섰다.
 「뼈다구도 덜 여문 애숭이 아닌가.」
  왈짜는 우만이와 빈 술상을 가운데 놓고 마주앉았다. 두툼한 널판자로 짜서 니스를 매끈하게 칠해놓은 술상은 이를데 없이 튼실했다.
 「까짓놈이야 한팔접이제. 단판이여.」
  왈짜는 나중에 군소리가 없는 확약이라도 받아두듯이 좌중의 연치가 솟은 사람들 쪽으로 말했다.
 「이를 말이오.」
  백 선장도 시원스럽게 받아들였다.
 「시시껍적한 닭싸움이야 헐 수 없제.」
  왈짜는 팔을 부르걷고 나서는데, 근육질의 팔뚝이 우람하기가 굵은 박달나무 같았다. 빈 술상에 팔을 걷어 내미는 우만의 팔뚝도 힘찬 근육으로 뭉쳐 있고 틀이 잡혀 딱 벌어진 어깨가 듬직하니 만만치 아니했다.
 「왼팔인가?」
 「왜, 왼팔은 안되나.」
  우만은 본시 왼손잡이였다.
 「어느 쪽이든 좋제잉. 안즉
   어무니 젖꼭지나 만지던
   조막손인 걸.」
 「이놈이, 주먹 맛을 보고도
  딴소리하네.」
 「솜뭉치 같은 풋주먹 갖고
   무신 소릴 허는가잉.」
   왈짜는 같잖은 코웃음을
   머금고 거북등 같은 손으로
   우만의 손을 악세게 거머
    쥐었다.튼실한 판목술상을
안고 다가앉아 자세를 가다듬은 우만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었다.
 「자, 힘을 써보라구.」
  왈짜는 손목을 단번에 꺾어버리고 말겠다는 듯이 굵직한 뼈마디로 거머쥔 왼손의 팔목에 우쩍 힘을 넣었다.
 「으음…….」
  우만의 손목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왜 힘을 쓰덜 않나?」
  상대방의 면상을 보면서 우만은 천연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이놈이, 큰소린…….」
  섬 건달 왈짜는 살집이 두툼한 얼굴에 붉은 핏기가 번져 올라왔다.
 「우우욱…….」
 「우욱!」
  두 사람이 각기 남은 한 손을 술상 모서리를 눌러잡고 힘을 쓰는데, 술상이 우지끈거리는 소리로 금방 부서질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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