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욱!…….」
「이놈이 제법 심깨나 쓰는구먼.」
  우만의 목과 관자놀이 핏줄이 굵게 불거져 올라왔다. 호언장담하던 왈짜의 이마에도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솟구쳐 송을송을 맺히었다.
「우우욱!」
  우만의 팔목이 꺾이며 차츰 기울기 시작했다. 불안하게 패색을 지켜보던 점곤이 백선장 쪽을 일별하고 난 뒤 술잔에 반 넘어 남은 술을 슬그머니 왈짜 쪽으로 뒤엎었다. 미끄럽게 물기에 젖은 왈짜의 팔꿈치가 힘을 쓸 수 없이 밀려났다. 힘을 못쓰고 당황하는 상대방을 보며 우만은 힘을 내써 판세를 뒤집어가는데 두툼한 판목술상이 그만 두 장정의 용쓰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우지끈 부서져 내려앉았다 .
「생똥을 지리덜 않었나?」
  우만이 하는 소리에 방 안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이건 얼렁수 반칙이여!」
  왈짜는 뻘건 상판으로 소리쳤다
 「살뎅이 우러나는 심 조깨 있다고 왕노릇하는 거 아닐세.」
  백 선장이 말했다.
 「물탄 꼼수요.」
 「패전지장이 아닌가. 요즘은 옛날같이 미련스럽게 힘만으로 싸우는 때가 아니라는 걸 알어야제. 암튼 오해는 마시게. 팔씨름은 우리 쪽에서도 이겼다고는 헐 수가 없은께, 이것도 고기잡이 뱃길에 만난 뱃놈들의 인연이라 치고 술자릴 따로 나눌 거이 아니라 합석으로 함께 마시는 게 어떻소?」
하고 백 선장은 대성호 일행을 차례로 소개하였다.
 「우리는 남항 갈머리 사람들이오. 나는 백석련이라고 하고, 이쪽은 유승종씨, 장두식이, 팔씨름 상대가 된 사람은 임우만이라는 친구요.」
  팔씨름에 지고 난 왈짜 친구는 지긋한 인사말에 면상이 붉으락푸르락 씨근거리던 숨을 죽이었다.
「나는 여그 서도에 사는 고갑식이라고 허요. 남들이 막바우라고 부르지라. 여러분들도 그냥 막바우라고 불러주시우.」
 커다란 덩치로 어글어글한 이목구비가 소견이 좁은 친구로 보이지는 아니했지만 통성명을 하고 나자, 왈짜 막바우는 말소리가 시원시원하고 너글너글한 성품으로 맺힌 데가 없었다.
 「자, 술이나 마십시다. 새벽이면 또 바다로 그물질을 나가야 허덜 않겄는가.」
  백 선장의 하는 소리에 술잔이 넘치면서 술자리의 분위기는 되돌아오고 전보다 더 즐겁게 돌아갔다.
 「우리 뱃놈들은 치오푼 저쪽이 저승이 아니우.」
  백 선장은 막바우에게 술잔을 건넸다.
 「파도 넘실거리는 치오푼 뱃바닥 밑이 저승이라.」
 「그란디 그놈의 저승이 날로 가까워진다 그런 말씸이여.」
 「고깃떼, 피조개가 끓는 바다는 모다 있는 놈들에게 넘어가고 우리 뱃놈들은 자꾸 높은 파도 널름대는 바다로 쫓겨나가야 헌다 그런 말이제.」
 「그놈의 새마을이란 거이 뭣이냐 그거이시. 대저 일이라는 거는 형편에 따라야 하는 거신디, 무턱대고 밀어붙이기만 하먼 되느냐 그것이여. 그놈의 기르는 어업으로 어민 소득증대, 잘사는 농어촌, 말이야 경치게 좋제. 글코롬 뭉띵기려갖고 언 놈 풍악 울림서 닐리리야 매화타령 시켜줬는가 그것이여? 손톱 빳게 호박씨 까서 있는 놈덜 아가리에 홀랑 털어넣어 줘분 거이제.」
  장두식은 취기로 억원을 털어놓으며 막바우에게 거듭 술잔을 돌렸다.
 「민족중흥으로 잘사는 나라, 선진국을 입에 담지만 유신으로 장기독재를 하는 것이 문제일세. 권력에 눈이 어둔 자들과 부정으로 취렴을 일삼는 사람들이 모다 내노라는 관직을 차지하고 있으니 숫백성들은 피눈물 흘리면서 솥에 국이 끓듯기 괴로울 수배끼…….」
 「옳은 말씀이오.」
  막바우는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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