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시면 언제나 오나요?」
 「그야 알 수 없지라우.」
 하고 점곤이는 대답했다.
 「가보세요. 저는 다시 들어가봐야 하니까.」
  서옥은 치마폭을 감싸쥐며 자리를 일어났다. 우만은 그 자리에 묵연히 서서 술집으로 휘뚝휘뚝 걸어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처연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갯바위에서 부서지는 파도의 물보라가 머리와 어깨를 후두두둑 두들기며 쏟아져 내렸다. 술집에서는 노래소리가 그칠 줄을 모르고 있었다.

 


  
른 아침 대성호 사람들은 출항을 서둘렀다. 뱃간의 어구를 살펴보며 그물을 정리하는 사이에 떨어진 양식을 조달하려고 섬으로 올라갔던 우만이와 점곤이가 물통과 쌀자루를 메고 돌아왔다. 장두식은 아직 술이 덜 깬 모습으로 닻을 걷어올렸다.
 「하룻밤 아까운 돈만 술집 가이네들의 젖튕이에 안기고 밑구녁에 쑤셔넣어가며 몸만 맥없이 축나부렀제.」
  벌컥거리며 가까스로 숨이 트이는 소리를 내던 배의 엔진이 제 소리로 활달하게 퉁탕거렸다. 스크루가 순조롭게 돌아가자, 배천수는 기관실에서 올라왔다. 간밤에 한잠도 못 잔 것이었다. 그는 비실거리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뱃간을 걸어가 선실 외벽에 두 다리를 쭉 뻗고 기대앉았다. 배는 서서히 선착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선창에서 여자의 악패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 좀 살려줘요!」
  술집 작부였다. 뒤쫓아나온 사내에게 머리채를 휘어잡혀 사정없는 뭇매질을 당하고 있었다. 뱃고동이 울리던 여객선 손님들이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았고, 배는 서서히 선착장을 이륙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두 가요, 나두 함께 싣고 가요!」
  작부는 떠나는 배를 향해 두 팔을 떨어질 듯이 내저었다.
 「이 쌍년아! 도망치긴 어딜 도망쳐?」
  사내는 휘어잡은 머리채를 질질 끌고 가면서 얼굴이고 어디고 개잡듯 두들겨 패대었다.
 「죽여요, 차라리 나를 죽여!」
  술집 작부는 맨땅에 나뒹굴다 머리채가 잡혀 끌려가면서 흰 거품을 가득 문 입으로 죽자꾸나 모리악을 썼다.
 「병신 안될른지 모르겄네.」
  바라보던 백 선장이 자못 안쓰럽게 중얼거렸다. 참담한 정경을 바라보던 점곤이는 우만을 돌아보았다.
 「어젯밤 그 가이네 같네…….」
 「그렇구만.」
  우만은 이물간 뱃머리로 쫓아나갔다.
 「아저씨, 배를 되돌려 대야 쓰겄소.」
 「저 여자를 구하려면 섬에 있는 술집 여자들 모두 구야줘야
된다구.」
  장두식이 부질없는 것처럼 말했다.
 「아무리 뭍으로 도망쳐 나가려고 했다고 저렇크럼 연약한 여자를 개잡듯기 패댈 수가 있으까잉.」
  말버둥질을 치며 술집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여자를 바라보며 점곤이 안쓰런 혀를 끌끌 찼다. 배는 포구를 벗어나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 우만은 점곤이와 나란히 선창으로 눈길을 둔 채 돌아설 줄을 몰랐다.
 「팔려온 것이 불행이제.」
 백 선장은 깊은 한숨으로 말하면서 귓바퀴에 찔러넣었던 담배꽁 초를 뽑아 입에 물었다.
 「나가덜 못허제. 길 잃은 새요, 막다른 외물목 인생이시. 그저 술이나 마시고 노래를 부름서 어부들의 배설받이 위안부로 젊은 나이를 빼앗기고 속절없이 늙어가야 하는 인생 낭길이제……, 그 서러움을 달래기 위해서 더욱 지악시럽게 술을 퍼마시머 젓가락 장단으로 노래를 부르구…….
  본시 백 선장은 어부가 아니었다. 그는 남원에서 남의 논밭뙈기를 부치던 가난한 소작지기 농투성이였다. 값비싼 비료, 농약값으로 농사를 지어 가을 추수를 하고 나면 남는 것은 등바대 늑골이 휘어지는 영농자금 빚더미뿐이었다. 빚더미에 짓눌리다 못해 도망치듯 원양어선을 타고, 대처로 떠돌며 공사장 날품노동, 탄광의 광부, 거의 안해본 일 없이 살다 연안 고기잡이 배에서 우만의 부친 임덕술씨를 만나 갈머리로 들어와 정착한 것이었다. 하여 객지를 떠도는 삶의 고달픈 인생, 돈에 팔리는 술집 여자들의 외롭고 서러운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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