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김 중태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노인의 이야기

 이것이 우리 분단민족의 현실이고, 우리는 바로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기다리는 寄蹟

 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金承玉

  우리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기다리면서 산다. 그 기다림의 대상이 비록 사람마다 다르고 때로는 허망한 것이라고 해도 우리는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문학작품에서 기다림의 모티브는 언제나 등장하는 것이고 작가라면 누구나가 즐겨 쓰는 문학적 표현 양식의 하나이기도 하다. 金重泰씨는 단편「기적」(현대문학5월호)에서 북을 향하여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한 노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기다림은 주인공 노인 한 사람의 기다림이 아닌 한국인 모두가 기다리는 통일이다.
  어떻게 보면 하도 많이 사용하여 이제는 좀 낡은 듯한 주제일지 몰라도 우리 한국에게는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 국민으로서 언제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이다.
  남한 최북단의 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노인의 마음은 바로산너머 고향을 못잊어서 귀향 기차를 기다리는 주인공만의 심정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남(南)에 살든 북(北)에 살든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작가는 이 노인의 가련한 모습에다 실향민으로 살았던 불행한 삶을 장치해 놓아 독자로 하여금 그의 향수를 더욱 애틋하게 느끼도록 해놓고 있다. 예컨대 그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딸의 불행과 가출, 농사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등 타향살이의 험악한 경험이 모두 들어 잇다. 그러나 이 소설의 분위기는 험한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향민의 망향이 서리어 있어 오히려 슬픈 서정이 들어 있다.
  보조 인물로 등장하는 소녀도 노인 못지않게 장치를 설정하여 놓아 두 사람의 관계가 가련함과 아름다움을 나누기에 적당하도록 되어 있다. 노인과 소년와의 대화는 구차하게 말하는 것과 불필요한 설명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광지를 찾아드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소녀가 말해 주는 것이 더욱 노인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정치인들이나 신문에서 이 최북단의 정거장과 노인에 관심이 있으나 노인은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보여준 관심과는 반대로 누구도 기적을 울리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노인은 다른 어느 행동보다 기다리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고향이 "딱 한 정거장" 저편인 데도 가지 못하여 매일 기차를 기다리는, 그래서 기적을 기다리는 노인의 기적은, 기차의 기적(汽笛)이기도 하고 통일의 기적(奇蹟)이기도 하다. 그의 기다림은 부조리하고 희망이 없는 베케트의 「고도(孤島)를 기다리며.의 그 고도(孤島)」와는 달리 희망이 있고 구체적인 희망이다. 우리 한민족 모두가 기다리는 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국민일보 문학월평'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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