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지는 어디에서 데려온 아이처럼 심심한 외로움에 떨었다. 움막집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는 할아버지처럼 항상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이불 쓰고 누워 잠이 들었다. 먼 민통선마을 학교를 함께 오가는 동무도 하나 없고, 놀아주는 애들도 없었다. 마을 애들은 모두 읍내에 있는 학교에 버스를 타고 다녔다. 순지 혼자 군인아저씨들이 총을 비껴들고 지키는 민통선초소를 한참 넘어 들어간 마을의 학교를 다녔다. 엄마는 매번 더 크면 읍내 중학교에 보내준다고 약속했다.
  한번은 학교동무 생일날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함께 어울려 놀다 보랏빛 노을로 어두워지던 날 순지는 엄마한테 무섭게 혼날 생각을 하며 벌판길을 허겁지겁 달려오다 다행스럽게도 갈대밭 기차역에서 걸어 나오는 할아버지를 만나 삼거리 마을로 돌아온 것이었다. 어둡고 무서운 벌판길에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순지는 학교에서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적마다 기차역의 할아버지를 만나 다감다정한 동무가 되었고, 만날 때마다 할아버지는 나직나직한 말소리로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도 들려주고, 푸른 갈대 잎을 따서 즐거운 노랫소리로 풀피리를 불어주는가 하면 귀여운 손녀처럼 등에 업어주기도 하였다.
「순지야, 학교에서 뜀박질을 하고 놀다 달려와서 배가 퍽 고프겠구나.」
  노인은 얼굴이 벌겋게 익은 순지를 안쓰러운 눈길로 지그시 쳐다보며 깨소금 주먹밥을 건네주었다. 메마른 입술을 물고 새들하게 바라보던 순지는 손을 내밀어 주먹밥을 받았다.
「밥이 맛이 있을 게야. 」
  노인은 밥덩이를 손에 든 순지는 지켜보며 말했다. 점심때가 넘어 배가 고프던 순지는 밥을 한 입 크게 베어 오물오물 씹어 삼키는가 싶더니 깨소금 비빔밥이 고소한 감칠맛을 가져다주는지 손에 든 덩이를 연송 다 베어 먹고 나서 손에 묻은 밥알까지 낱낱이 핥아먹었다.
「사람 사는 세상  모든 인연이 다 그런 것을...,」
  노인은 피죽도 한 그릇 제대로 못 먹고 살던 시절, 삼동이 지나 양식이 떨어지고 보리가 익을 때를  기대리며 초근목피로 가까스로 견디던  보릿고개, 찢어지는 가난속에 여기저기 공사판을 찾아 떠돌다 만난 여자는 또 왜 그렇게도 야속하던지 노인은 회한으로 사무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고향이 어디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던가. 그곳이 어디인들 낯설면 타관이고 한 사람 따뜻이 정을 붙여 살다보면 그 곳이 바로 장명등 훤히 밝혀 놓고 이제나저제나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 품속의 안식과 평화가 있는 고향이지. 사람사는 게 별 거 없다 싶게 그러구러 한세월 살아보자고 내속을 모른 채 만났던 여자는 도대체 어느 사내의 씨인지도 모르는 자식을 넉살 좋게 미친 척 낳고 살던 여자는 어느 날 공사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제 세간, 옷가지를 남김없이 걷어가지고 도망을 가버리고 말았다.
「바보 같은 사람...,」
「이북 땅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할 지척에 몸을 평생 붙이고 살아온 내가 어리석은 짓이었구먼.」
  노인은 어디에 마음 한번 붙일 수 없던 세월의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여기저기 고단한 공사판 노동자로 떠돌다 고향땅이 가까운 휴전선 전방 민통선 인근 마을에 처음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육이오전쟁의 후환이 웬만큼 가셨을 법한 1960년대 초반이었다.
  전쟁을 멈추고 최전방이 형성된 전방 산골짜기 마을은 이따금씩 군용트럭들이 마치 군사적전도로를 덜커덩거리며 내달리는 것 마냥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의 황토먼지를 뽀얗게 피워 올리는 한길 가에 낡고 움막 같은 집들이 한 두 채씩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육이오전쟁이 끝나자 본래 거주하던 주민들이 제가 살던 고향 생활터전으로 돌아온 것이었고, 휴전선 너머 지척에 고향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갈 날이 있을 거라고 학수고대하며 살고 있었다.
  설마 내 집이 휴전선 이북 땅으로 넘어갔을까, 하고 달려온 사람들은 지척의 고향 전답을 넘볼 수 없이 드높은 목책이 가로막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달려갈 것 같던 저 너머 고향집은 몇 날 며칠, 몇 달, 아니 수십 년이 흘러도 아무런 기약없이 무심한 세월이 막막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전쟁 난리 통에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 중에 누군가는 살아서 돌아왔을 고향을 하염없이 먼산바라기로 바라보고 사는 것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인데, 수복지구 주민들은 때로 노골적인 적성분자 빨갱이 취급을 당해야 했고, 외딴 집 사람들은 아예 강제이주를 당하기도 하였다.
그때 비로소 노인은 이북 고향땅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야. 가야지. 한 날 한 시를 살다 죽더라고 고향에 가서 살다 죽어야지.」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 속에서도 노인은 고향에 돌아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었다. 북망산을 가까이 바라보는 노년에 이르러 한 올 명주실 날 같던 희망마저도 끊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만 찾아들었다. 이제 돌아가고 싶은 고향을 마음에서 포기하며 버리고 싶어도 버려지기는커녕 질기고 질긴 악귀처럼 늘어붙어 피가 맺히게 괴롭히고 있었다.
「이북 안사람도 지금 이 영감마냥 한창 젊다 싶던 몸이 모두 퍼슬퍼슬하게 허물어지고 퍽이나 쪼글쪼글하게 늙었겠구먼. 」
  이북이 아내만이 아니라 공사판을 떠돌며 오다가다 만나 한때나마 살림을 차렸던 여자도 따지고 보면 뜨내기 노동자들 객지 설움이나 달래주던 불쌍한 술집여자였다. 노인은 이제야 모든 후회가 한꺼번에 가슴을 쳤다.
「내가 벌써 죽었어야 할 늙은이였구먼. 」
  그 놈의 전쟁 난리 속에라도 인민군 총이든 국방군 총이든 냉큼 맞아죽던지, 소나기 쏟아지듯 퍼부어대던 B29 미제 폭격에 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걸 보면 명줄 하나는 모질게 타고난 모양이었다. 어떻게도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두 발이 철조망에 휘휘 감긴 채 무심한 세월은 끝도 없이 여일하고, 세상 물정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일변하면서 푸른 군복에 철모를 쓴 군인들 일색이던 산골짜기에 간간이 군부대를 찾아오는 면회객들이나 볼 수 있던 전방에 갑자기 부동산 투기꾼들의 자가용이 몰려들면서 몇 푼 안 되는 권리금에도 농사를 짓지 않고 황무지 가까운 농토들이 서로 다투어 사겠다는 사람들로 넘치면서 어디에서 난데없이 나타나는 부재지주들이 ‘개인소유지’라는 푯말을 곳곳에 매달아 가시철조망을 둘러치는가 하면 몇 년이고 마냥 묵어 나자빠지던 묵정밭, 자갈밭떼기조차 지주란 자들은 오달진 소작료를 요구하고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목조건물이 시커멓게 다 허물어져 가던 기차 정거장이 새롭게 단장되어 틀어진 향나무, 무궁화나무 등속의 조경수들이며 잔디밭 화단에 크고 작은 자연석들이 박혀 개나리, 철쭉꽃이 피어나는 역전 진입로 반듯하게 잘 닦여진 것이었다. DMZ(비무장자대) 이북까지 가로지른 철책을 잠연하게 흘러 넘어간 벌판에 녹색의 파도가 출렁거리던 갈대밭을 길게 가르며 철길 노반이 제 모습을 드러내며 시원스런 환경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곧 기차가 달려올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 여기 기차 정거장으론 기차가 안 댕기잖아?」
  주먹밥 한 덩이를 얻어먹고 난 순지는 나른한 식곤증을 찾아드는 눈으로 고개를 쳐들며 한마디씩 물었다.
「기차가 안 댕기긴.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도 기차가 곧 댕기겠지.」
  노인은 지금 기차가 어디쯤 달려오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참말로 기차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따뜻한 햇볕 속에 식곤증에 빠져든 순지는 자꾸만 눈꺼풀이 감기는 눈으로 고개를 끄떡거렸다. 역전 마당이 소란스러웠다. 대형관광버스가 두 대가 연이어 역전으로 달려 들어오고 있었다. 따뜻한 봄볕에 햇병아리처럼 자꾸만 눈이 감겨 고개를 꾸뻑거리던 순지는 역전 마당으로 들어오는 대형 버스 소리에 놀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벤치를 자리를 일어나 기차역 앞마당에서 쏟아져 내리는 관광객들을 동그랗게 놀란 토끼눈을 하고 바라봤다. 순지는 얼른 할아버지 손목을 걷어잡았다.
「할아버지, 얼른 나가요. 빨리요.」
순지는 할아버지 손목을 걷어잡았다.
「꾸뻑꾸뻑 졸더니만 자지 않고 왜 그러느냐? 」
노인은 천연스런 대꾸로 벤치에서 꿈쩍을 하지 않았다.
「관광손님들이 구경을 올 때 기차역에 들어와 놀고 있으면 기차역을 지키는 초소 군인아저씨들한테 혼난단 말이야. 」
잔뜩 겁에 질린 순지는 두 손으로 할아버지의 팔을 잡아끌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군인아쩌씨들한테 혼나긴 왜 혼난다고 그러느냐. 순지, 네가 학교동무들하고 기차역에 놀러와 가지고 대합실에 어리럽게 낚서를 해 놓고 그래서 그럴 게야. 지금은 군인아저씨들한데 혼날 일이 없을 테니 어서 이리와 앉거라.」
버스에서 쏟아져 내린 관광객들이 웅성거리며 승강장으로 떼로 몰려들어오고 있었다.
「할아버진, 아니래도 그래. 관광손님들이 벌써 몰려 들어오고 있잖아!」
「괜찮다고 해도 그러는구나. 관광손님들은 갈대밭 벌판 가운데 덩그렇게 들어서 있는 기차역이 신기하고 구경을 오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기차를 타려고 기차역 승강장에 들어온 벤치에 앉아서 기차를 기다리는 손님들이잖으냐. 조금만 기다리면 북행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갈대밭 벌판을 가르고 달려올 게야.」
잔뜩 긴장한 얼굴로 기차역 대합실과 승강장 이쪽저쪽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던 순지는 안도하는 눈빛으로 벤치의 할아버지 곁으로 다시 올라앉았다.
「뭐가 그리도 신기하게 볼 것들이 많은지 많이들도 몰려왔구나. 」
승강장에 몰려 들어와 벌써 한 바퀴 휘젓고 돌아나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역전 마당 주위로 죽들 늘어서서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갈꽃 벌판을 가로지른 철책선 너머 고요에 잠긴 북한 땅을 처음 구경하는 것처럼 기이한 눈빛들로 유심히 바라보고 했다.
산허리 능선을 따라 우불구불 굽이치는 철책선이며, 육중한 콘크리트 방벽을 관심 깊게 살펴보며 듣던 대로 북한 공산당의 남침에 대비한 군군의 방어요새 견고함에 하나같이 딱 벌린 입으로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관광객들은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안내자가 소리를 질러서 관광객들을 대합실과 승강장 쪽으로 불러들였다.
관광객들은 흡사 기차를 타려고 개찰구를 빠져 나오는 승객들처럼 승강장으로 몰려들어왔다. 관광객들은 승강장 철로에 시커멓게 놓인 철마와 맞은편 승강장 한가운데 하얀 입간판으로 서 있는 이정표에 눈길을 던졌다.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슬프고 안타깝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들처럼 조금씩 착잡한 감정들이 엿보였다. 더러는 어깨가 들먹이는 한숨으로 한동안 넋을 놓고 철책선이 우불구불 가로질러나간 이북 땅을 한동안 바라보다 발길을 옮기곤 했다.
  따뜻한 햇볕 속에 식곤증에 빠져든 순지는 자꾸만 눈꺼풀이 감기는 눈으로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때 갑자기 역전마당이 소란스러웠다. 관광버스가 두 대가 연전으로 달려 들어와 주차장에 멈춰서고,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기차역으로 풀리고 있었다. 따뜻한 봄볕에 병아리처럼 자꾸만 눈이 감겨 고개를 꾸뻑거리던 순지는 승강장으로 몰려들어오는 관광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란에 졸음이 달아나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기차역으로 구경 온 사람들이야, 할아버지.」
  졸음이 달아난 순지는 무엇인가 신기한 것처럼 무리를 이루고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재미스럽게 구경했다.
「글쎄다. 많이들도 몰려왔구나. 」
  버스에서 뒷전에 내린 일부 관광객들은 역전 마당에 죽 늘어서서 갈대꽃이 보얗게 뒤덮고 있는 벌판 저 철책선 너머 고요한 북한 땅을 기이한 눈빛들로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산허리 능선을 따라 우불구불 굽이치는 철책선이며, 육중한 콘크리트 방벽을 관심 깊게 살펴보며 듣던 대로 북한 공산당의 남침에 대비한 요새의 견고함에 하나같이 딱 벌린 입으로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관광객들은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안내자가 소리를 질러서 관광객들을 대합실과 승강장 쪽으로 불러들였다.
  관광객들은 흡사 기차를 타려고 개찰구를 빠져 나오는 승객들처럼 승강장으로 몰려들어왔다. 관광객들은 승강장 철로에 시커멓게 놓인 철마와 맞은편 승강장 한가운데 하얀 입간판으로 서 있는 이정표에 눈길을 던졌다. 광광객들은 하나같이 슬프고 안타깝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들처럼 조금씩 착잡한 감정들이 엿보였다. 더러는 어깨가 들먹이는 한숨으로 한동안 넋을 놓고 철책선이 우불구불 가로질러나간 이북 땅을 한동안 바라보다 발길을 옮기곤 했다.
「여러분들이 보시다시피 여기 이 기차역은 남한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기차역입니다. 다음 기차역은 휴전선 너머 북한 땅에 있지요. 바로 대한민국 분단의 현장에 계신 것입니다. 여기를 다 보시고 나면 남침야욕을 버리지 못한 북괴가 파놓은 땅굴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안내자는 설명을 계속했다.
「이곳은 삼팔선 이북의 수복지구입니다. 저기 민통선 안으로 들어간 마을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참담한 민족분단 현장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눈물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되실 겁니다.
  안내자는 녹슨 철길을 가리키며 부연설명을 계속했다.
「이 철길은 왜정이 한일합방을 강제하고 조선의 물자를 수탈해 가기 위해 부설한 경원선의 일부입니다. 금강산의 빼어난 경관 때문에 한때 내륙관광의 꽃이 되기도 했던 곳입지요. 지금 우리에겐 혈맥과도 같은 철길인 셈이기도 하고요. 이 철길이 북으로 이어져 기차가 우렁찬 기적을 울리며 달릴 때 둘로 갈라진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는 것입니다,」
  안내자는 다시 덧붙여 나갔다.
「북한 김일성은 겉으로 평화공존을 내세우며 각종 협상에 우호적으로 나서고 있고 하지만 그것은 김정일로 대를 이어가려는 세습에 주체적 사회주의 건설을 보다 견고하게 이끌어가는 동시에 국제적 고립을 모면해 보려는 전략전술의 일환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만 합니다.」
  안내자의 설명과 때를 같이하여 북한의 대남선전방송이 우렁우렁한 스피커소리로 남쪽의 철책선 능선을 넘어오고 있었다.
「북한도 우리와 똑같은 한 핏줄 한 민족인데, 언젠가는 이 철길이 이북으로 이어져 금강산으로 기차가 달리지 않겠습니까.」
  한 사람이 말했다.
「길고 긴 오랜 세월 늙어가는 실향민, 이산가족들만 애처롭고 딱할 따름이지.」
난생 처음 보는 듯한 기차역을 찾아와 구경하고 난 관광객들이 한 무리 빠져나가고 뒷전에 남아 천천히 얘기를 주고받으며 걸어 나가던 여인네들이 고개를 돌리며 벤치의 노인과 소녀를 쳐다보았다.
「여기에서 뭘 하니?」
  안경을 쓰고 다가온 여인네가 물었다.
「할아버지 기차를 기다려요,」
  순지는 고개를 쳐들고 깔끔하게 안경을 쓴 여인네를 보며 대답했다.
「할아버지 기차라니, 그게 무슨 말이니?」
한마디 대수롭잖게 물어본 듯한 여인네는 표정을 달리하면서 재차 다가왔다.
「우리 할아버지 기차요.」
순지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원 애두, 할아버지랑 기차역으로 놀러온 거니?」
「......,」
순지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할머니 같은 여인네을 그냥 쳐다봤다. 별다른 관심 없이 승강장을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모여들었고, 이중 턱으로 푸둥푸둥한 비곗살이 두텁게 오른 아줌마가 커다란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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