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엔 들어갈 수 없습니까?」
「비구니들만 있는 절이라서 남자들은 저녘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방 안에 튼실한 몸으로 앉아 있는 사람이 말했다.
「그래서 매표소 앞에 바라케이드를 막아놓았군요.」
「그도 그렇지만 절에 일이 생겼어요.」
 주인 남자의 얼굴엔 어두운 심난기가 보였다.
「일이 생겼다구요?」
 주인은 대꾸하는 어조가 무뚝뚝했다. 나는 수심이 보이는 주인에게 무슨 말을 더 물어볼 수도 없었다. 나는 식당 문을 닫고 돌아섰다. 어두운 거리엔 어디를 가나 흔하게 들어선 여관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난감했다. 나는 다시 식당으로 들어갔다. 전등불이 밝은 방 안엔 주인 남자와 함께 텁수룩한 사람이 커다란 밥술로 산채를 걷어먹고 있었다. 나는 시장기는 느끼면서 이제 별 수없이 절 앞의 민가에서 하룻밤 묵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식당 주인에게 말을 던졌다.
「식사를 좀 할 수 없습니까?」
「장살 안 해요.」
 주인 남자가 말했다.
「식당을 안 하신다구요?」
「절에 놀러오는 손님이구 뭐구 있어야 장사를 허지요.」
 부인이 두덜거리는 소리로 고개를 들었다.
「이 시간엔 딴 식당들두 다 문을 닫었을 거신디 어디 가서 식사를 허시겠어요. 남이 먹는 밥상이지만 남은 밥이 있으니 이리 들어오시오.」
 하고 부인은 주방으로 나갔다. 나는 안주인의 습습한 말씨에 갑자기 옛날로 돌아온 듯한 인정을 느끼었다. 걸진 식사를 하며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사찰 증축용 목재를 싣고 온 트럭운전수였다. 주방에서 수저와 주발을 챙겨온 부인은 전기밥통에서 밥을 주발에 떠 담아 운전수의 밥상에 올려놓았다. 나는 밥을 먹고 있는 트럭 운전수와 겸상을 했다.
「무슨 일루 밤중에 절간을 들어 가려구 그러시우?」
「사람을 찾아왔습니다.」
「여자분이시겠구려?」
 주인은 비구니들만 있는 절이라서 만나러 온 사람이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요.」
「허먼 암자에 올라가 있나?」
 주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이 절 매표소 관리를 허구 있는 사람인디 그런 여자 분은 보덜 못한 것 같은디요.」
「산 속에 암자가 한 둘이요?」
 부인은 남편에게 말한 뒤 밥을 다먹고 수저를 내려놓는 나를 쳐다보았다.
「밥이 모자라지 않었는지 모르겠네요?」
「잘 먹었습니다.」
 나는 비운 밥상에서 물러나 앉았다. 주인은 절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주인을 바라보며 긴장했다.
「전화를 받덜 않네.」
 주인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절에 중이 하나 죽어서 정신들이 없는 거 같수.」
「중이 죽다니요?」
 나는 펄쩍 놀랐다. 그보다 아연했다.
「비구니 하나가 자살을 했어요.」
「자살요?」
 절에서 중이 자살을 했다는데 나는 더욱 놀란 충격으로 전화를 걸던 주인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절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비구니지요. 처음엔 달포간 들어와 머리를 안 깎구 있다 그냥 나갔는디, 서너 달 뒤 되들어와서 머리를 삭발헌 비구니였수. 그런디 또 환속을 했는가 어쨌는가 갑자기 뵈질 않더라는 게요. 절간이라는 디가 원래 누가 오면 오는가부다 가면 가는가부다 허구, 안 뵈면 떠났나부다 허는 곳이 아니겠수. 헌디 오늘 골짜기 눈길을 헤치고 암자에 오르던 스님 한 분이 눈더미 속에서 뻣뻣이 얼어죽은 비구니 시신을 발견헌 것이우.」
「그 비구니가......」
「갑자기 안 뵈던 그 비구니였지요.」
「눈길에 실족해서 그리된 건가요?」
 나는 아연한 충격을 누르지 못하고 물었다.
「허어 참. 난 여기서 태어나 절밥을 얻어 먹구 살며 절 일을 해온 것이 사십 년인디 절간에서 중이 자살헌건 첨 보았수. 눈이 오기 전에 그랬나 본디, 고통없이 생목숨을 끊구 죽는 약도 있는가. 몸 위루 덮힌 눈을 헤치구 본께 얼굴에 수건을 덮구 잠을 자듯이 바윗등에 반듯하게 누워 있더라는 게요.」
「까닭이 있을 게 아닙니까?」
「까닭이 따로 있겠수. 끊구 벗어날 수 없는 속세의 번뇌지.」
 주인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물었다.
「그 암자는 깊은 골짜기를 따라 한참 올라가야 허구 꼭대기 산중턱에 있어서 비탈길두 험헌 디다 별루 기거 허는 스님들까지 없어서 죄 헐어 갖구 겨울엔 더욱이나 누가 쓰덜 않는 잔암인디 왜, 거기까지 올라가 그랬는지 모르겠수. 아주 참해 갖구 얼굴두 예쁘구 잘 생긴 여자였수. 시신을 발견헌 스님 말씀이 둥글반반헌 얼굴이 관음보살 은은헌 미소처럼 곱구 잔잔허게 얼어 있더라는 것이우.」
 안타깝게 말을 하고 난 주인 남자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매표소에 황씹니다. 밤늦게 전화를 걸어서 죄송스러운디 묵구 있는 사람을 좀 찾어보려구요. 여기 찾어온 사람이 있어서 그런디 혹시 절 안에 그림을 그리는 여자분이 있는가요?..... 없다구요?..... 예 예, 알겠습니다.」
 주인은 시들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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