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여자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화사한 꽃처럼 피어나던 미소와 매혹적인 눈빛, 우수 깃든 눈매가 눈앞에서 떠나지를 아니하였다.
 나는 우선 섬에 들어가 보자고 여객선 선착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갯바위에 홀연히 올라앉아 있는 사내가 거무숙숙하게 메마른 얼굴로 돌아보았다. 어제 카페에도 잠깐 나타나 무맥한 얼굴로 구석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굴을 따던 아낙네 하나가 갯바위의 사내를 돌아보고 나서 말했다.
「고장에 인물 났다고 혔쌌등먼 저렇크럼 정신이 나간 사람이 되어부러 갖고......」
「식구들은 모다 서울로 이사 가불덜 안했다요.」
「계엄군 허고 싸우다 상무댄가 워디로 붙잽혀갔던 사람들은 모진 고문으로 사지 성헌 사람이 하나도 없단디, 몸이 찢겨 죽덜 않고 목심 부지험서 산 것만도 다행이지라잉.」
「고문이 얼매나 숭악허고 모질었으먼 멀쩡허든 생사람이 저렇크롬 되어부렀으까잉.」
「광주 사람들은 죄 폭도라고 몰아부치덜 안했소.」
 아낙네들은 탄식이 섞인 넋두리와 비분으로 굴을 따는 일손을 거칠게 놀렸다.
얼굴이 기죽한 아낙네는 갯바위의 먼눈을 하고 있는 사내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런 장시를 허먼 잘난 사내들도 숫허게 볼 거인디 무엇 땀시 함께 사능가 모르겄소잉.」
「참말로 맴도 곱제.」
 아낙네들의 주고받는 소리에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뜨거운 햇빛에 파란 모자를 눌러쓴 아낙네가 말했다.
「인물은 오죽 좋소,」
「자석은 못 낳능가 워디서 질거리 버린 아그들을 셋 씩이나 데려다 키운다요. 그것도 번듯허지도 못헌 아그들을 말여라.」
「시장에서 옷장시를 허는 남매도 본시 도둑질허다 감옥에 잽혀들어간디 친동기처럼 데리고 산다고 안허요.」
「지 살 궁리만 허고 실속을 챙기는 요짐 젊은 여자들 보먼 그 시악씬 천사 같덜 않어라.」
「그나저나 우리넨 은제 두 다리 저린 오금을 피고 살라는제.」
 바뀌는 말소리를 들으며 나는 시장으로 길이 나 있는 여객선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여객선이 출항 직전이었다. 나는 서둘러 여객선에 승선했다.
여객선 승객들은 거의 대부분 섬 주민들이었다. 고물 갑판엔 네댓 명의 낚싯꾼들이 술자리를 벌이고 앉아 날씨며 찾아가는낚시터의 조황(釣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뱃머리 쪽에 서서 배가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미륵섬, 극락조......」
 나는 그 섬에서 자연이 만들어온  풍화의 전형을 볼 수가 있고, 극락조가 아니라도 거기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의외의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금씩 흥분했다.
 간간이 고깃배들이 녹색의 파도를 가르며 지나가고, 크고 작은 무인도와 바위섬들이 지나갔다. 여객선은 세 시간 넘게 바다의 출렁이는 파도를 헤치며 달리고 있었다.
바닷물은 남빛을 띠고 파도가 높았다. 승객들은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다. 장시간 뱃길여행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속이 몹시 거북한 뱃멀미에 시달리면서 예정과 다르게 너무 멀리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에게 어떤 유혹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 극락조가 노니는 곳에 가고 싶은 욕망에 얽매인것인지, 아니면 부질없는 환상에 매달리고 있는 것인지 나 자신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승객 몇 사람이 짐꾸러미를 챙기고 있었다.
 야트막한 방파제를 따라 올막졸막 집들이 모여 있는 섬이 나타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선착장에서 배 한척이 달려왔다. 섬을 비껴들어가던 여객선이 정선하고, 둬 사람이 여객선에서 다가온 발통선으로 건너갔다.
「여기가 연화도인가요?」
 짐 꾸러미를 들고 하선하는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여객선에서 하선하는 사람들과 함께 통선으로 건너갔다. 노란 햇빛이 섬의 물이 나간 선착장을 비끼고 있었다. 나는 늙숙하게 선복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풍도가 어디쯤에 있습니까?」
「뭍에서 오셨는 게라?」
「거기를 갔다 오자면 얼마나 걸릴까요?」
「거근 못 가요.」
 키를 잡고 통선을 모는 사람이 말했다.
「먼 가요?」
「멀기사 허겄소잉. 물질(길)이 하도 험허고 파도가높아갖고 들어갈 수가 없은깨 그러지라.」
「거그는 사람도 안 산디, 무엇 땀시 갈라고 그라요?」
 초로의 아낙네가 물었다.
「구경을 오신 거 같고먼이라.」
 늙숙하게 마른 얼굴에 광대뼈가 솟은 사내는 배가 선착장에 닿는 걸 보며 짐꾸러미를 들고 자리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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