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그는 날씨가 좋아도 파도와 물질이 사나워 갖고 웬만해선 들어 가덜 못 허는 디지라잉.」
「게다가 파랑경보까장 내렸어요.」
 선착장에 통선을 댄 사내가 덧붙여 말했다. 그의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수평선이  아득한 섬의 갯바위 모퉁이로 파도가 허연 포말을 날리며 거칠게 떠밀려오고 있었다.
「내가 왜 왔지?」
 낯선 섬에 버려지듯 선창가에 막막한 생각으로 서 있었다. 여류화가의 말만 대충 듣고 찾아온 것이 무모하고 한심한 생각까지 찾아들었다. 섬의 어느 집에서 하룻밤 민박을 하고 아침 일찍 여객선을 타고 되나가는 도리밖에 없었다.
「민박하는 집이 어디 없나요?」
 배 안에서 뒷거둠을 하고 있는 사내에게 나는 물었다.
「여긴 흔한 낚시꾼들도 잘 들어오질 않는디 민박집 같은 게 워딨겄어라.」
 사내는 고개를 다시 들었다.
「그전에도 기자 한 사람이 풍도를 찾어왔등먼 뭔일로 오셨소?」
「그 섬에 극락조라는 새가 사나요?」
「극락조라고라? 말은 그렇코롬 허지만 그런 새가 워딨겄소.」
 사내는 극락에 산다는 새를 생각하고 말했다.
「헌디 그 섬엔 못 보던 새가 있다고는 허등먼이라.」
「보셨나요?」
「아무도 본 사람이 없지라잉. 누가 가마우지나 갈매기를 잘못 보고 헌 말이 아니겄소. 낼 아칙(침)에 바다가 잔잔허먼 들어갈 수도 있을 거인디, 오늘은 틀려부렀소. 저짝 돌담집에 늙은 노인 내외가 산디, 그 집 아들 식구가 얼마 전 뭍으로 나가갖고 방이 비어 있을 것이요. 하룻밤 묵는 디는 어렵지 않을 것이고먼이라.」
「내일 아침에 배를 빌릴 수 있겠습니까? 뱃삯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워디 날씨를 봅시다.」
 사내는 선착장으로 올라섰다.
「혼자 워쩌겄소. 나가 말씸을 혀드릴 겅께 같이 가시지라.」
 사내는 앞서 걸었다. 올막졸막 지붕이 낮게 드리워진 집들이 돌담에 둘러싸여 깊게 들어앉아 있었다. 섬 안의 푸르게 우거진 수목들은 남녘 해안의 온화하고 습윤한 기후를 말해주고 있었다. 마을길을 걸어 올라온 사내는 적연한 돌담집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어르신 지시고먼이라.」
 마루에 담배를 물고 앉아 있던 노인은 눈확이 움푹 들어간 얼굴을 들어올리고 낯설게 찾아오는 사람을 길게 바라보았다.
「이 손님이 여그 사정을 잘 모르고 풍도 귀경을 와서 민박헐 디를 찾는디 마땅헌 집이 워디 있겄다요. 아드님 내외가 쓰던 방이 깨끗헐 겅께 하룻밤 재워주시지라잉.」
「잠을 자는 거야 어려울 거이 있능가. 대접헐 음석이 좋덜 않해갖고 글체......」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그냥 하룻밤 재워만 주십시오.」
 나는 겸손하게 사정했다.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던 안주인이 내다보았다.
「섬구석 집이라 옹색허지만 워쩌겄소. 우리 묵는 대로 묵음서 지셔 보시지라.」
「허먼 되었소. 예서 주무시고 내일 아칙 날씨가 좋으먼 선착장으로 나오시요.」
 사내는 돌아서 마당을 걸어 나갔다.
「풍도 귀경을 오셨다고라?」
「예.」
 나는 배낭을 벗어들고 마루 위에 올라앉았다.
「워디서 누구헌티 이약을 들었는지 몰라도 거그는 귀경삼아 아무 때나 쉬 들어갈 디가 아니구먼.」
「무슨 말씀이신지요?」
 나는 노인에게 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 섬은 바다 한가운디서 자라난 버섯 모냥 조그맣게 올라와 있는디, 풍광이 좋기 이를 디 없제. 섬 골짜기론 맑은 물이 쉬지 않고 흐름서 나무들이 빽빽이 우거지고 섬 가장자리의 높은 낭떠러지는 바위들이 갖가지 기괴한 형상을 허고 있고먼이라.」
 노인이 섬 얘기를 꺼내는 중에 부인이 부엌에서 지체한 밥상을 차려왔다.
「먼 뱃질에 들어와 갖고 워디서 요기도 못했을 거인디 얼매나 시장허시겄소. 이야근 나중에 허고 어서 식사버텀 허시요.」
 안주인은 남편을 채근했다. 야박한 문명세태가 외진 낙도라고 번지지 않았으련만 갑자기 서둘러 마련한 가재미무침과 갓김치, 어리굴젖, 시금치국을 곁들여 지어온 밥상은 노인 내외의 순후한 인정을 짐작케 하였다.
「음석이 입에 맞으실는지 모르겄소잉.」
 안주인은 서분서분하게 소반에 들고 온 숭늉을 내려놓았다. 「모두 맛깔스런 음식인 걸요.」
 나는 염의없을 정도로 큰 밥술을 입에 밀어 넣으며 신선한 반찬을 걷어먹었다.
「퍽 시장허셨는갑소잉.」
 안주인은 부엌에서 글갱이 밥을 더 가져왔다. 심한 뱃멀미에 시달리며 위 속에 든 것을 모두 토해 버린 나는 빈속이 차츰 가라앉으면서 배가 무척이나 고프던 참이었다. 밥상을 물리고 난 노인은 내가 벗어놓은 겉옷과 배낭을 보고 물었다.
「헌디, 그 위험시런 디를 무엇허러 갈라고 그라요?」
「극락조가 있다고 해서요.」
「허먼 그 새를 볼라고 온 것이요?」
「극락조를 보러왔당께 이야글 허겄넌디, 그 섬 주변은 유독 파도가 사납고 험악시럽덜 않겄소. 아득헌 수평선 난바다로 이어진 가운디 쬐매허게 솟아 있응께 그럴수 배끼. 해갖고 날씨가 쬐깜만 흐리먼 그 섬은 신기루 마냥 안개속에 묻혀불고, 풍랑이 세찰 직엔 파도에 떠밀려남서 허공을 찢는 바람에 이리저리 흘러댕기덜 안컸능가. 수천 수만 년을 그렇코롬 비바람에 얻어맞고 먼 바다에서 몰아쳐 오는 파도가 치때렸응께 바위덩인들 온전허겄나. 그래갖고 물에 닿는 해안이 버섯 모냥 잘룩해져불고 벼랑에 갖가지 기괴한 형상들을 만들어 놓안디, 그 한가운디 영락없는 돌부처 같이 솟아있는 바위가 하나 있제. 언제 그렇코롬 생겨난 바윈지는 모르지만 옛날버팀 어르신들은 그 신기한 바위를 미륵불이라고 허시었제.」
「그래서 미륵섬이군요.」
「그 섬에 얽힌 이야근 미륵불 뿐만이 아니지라.」
「극락조 말씀인가요?」
 나는 미륵불에 대한 전설에 점점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
「옛날 이 연화도 본섬에 가난헌 부녀가 살고 있었제. 늙은 아부지가 병환으로 자리에 눕게 되자 처녀는 섬에 자생허는 온갖 약초를 캐다 지성으로 달여묵임서 갖은 정성을 쏟았제. 그럼에도 불고허고 아부진 일어날 줄을 몰랐든 거이제. 헌디 누구헌티 바람섬의 미륵불에 매일 삼천배로 백일 치성을 드리먼 아부지의 병이 낫는다는 말을 듣고 사나운 물질을 건너가 미륵불에 삼천배로 치성을 드리기 시작히었제. 처녀는 몸이 불어갈듯헌 비바람에도 잠시 쉬거나 그칠중을 모르고 아부지의 병이 낫기를 기원험서 치성을 드리기 백일째가 되던 날 몸이 그만 탈진혀 갖고 쓰러져 숨을 거둔 것이제. 그래갖고 얼매가 지났을까. 왼종일 먹이를 찾어 바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덜이나 둥지를 틀고 날어들던 섬에 못 듣던 새 울음소리가 들린 것이여. 뭍에 두견이만 헐까. 깃털이 여간만이나 곱덜 않은 샌디 섬 안의 우거진 이 나무 저 가지를 보일 듯 말 듯 날러 댕김서 워쩌다 자리를 잡고 춤을 추는디, 그 춤이 기가 맥히더라는 것이여. 이곳 섬 사람들은 바람섬에서 미륵불에 치성을 드리다 죽은 처녀가 극락에서 환생한 새라고 험서 그때버텀 그 새를 극락새라고 부른 것이제.」
그 새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던데요?」
나는 사내가 하던 말을 생각하고 물었다.
「세속의 업에 매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제.」
「정말 그럴까요?」
「섬에 얽힌 전설인 것이제. 사람이 접근허기 어려운 곳인 디다 미륵불에 삼천 배를 올리고 들어가먼 그 새를 본다고 허지만 누가 새 한 마리를 귀경허자고 삼천 배를 올릴 사람도 없는 거이고, 애써 위험시런 벼랑을 타고 들어가 우거진 나무숲 속을 뒤진 사람도 없응께 그 새를 본 사람이 없을 수 배끼....」
「그렇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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