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오지 않았다.
  벌써 찻길이 막힌 것을 잊은 듯, 산모퉁이 하얀 눈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설촌댁은 손님이 없는 주점 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유리창 너머로 하얗게 눈 덮인 설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쟁명한 햇빛 아래 나뭇가지의 탐스런 눈꽃들과 눈더미로 민숭해진 산등성이, 올올한 설봉들이 하얀 빛을 반사하며 은사(銀絲) 같은 빛살로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정적이 감도는 전방 산골짜기 분위기 만큼이나 외롭게 수심이 쌓인 그녀의 얼굴은 더할 나위없이 적막하다.
  누군가 하나 흰 눈속에 나타나 생눈길을 헤쳐오고 있었다. 그녀는 반가운 마음으로 주점의 미닫이 유리창문을 열었다. 그러나 무르춤, 그녀는 가슴이 사느란 숨을 들이마시며 눈빛 속으로 사물거리는 사람을 다시 바라보았다. 푸른 외투에 털모자를 올려쓰고 눈길을 푹푹 빠져가며 걸어오고 있는데 부대의 문서연락병이었다. 그는 주점의 설촌댁을 보면서 눈길을 헤쳐왔다. 설촌댁은 밖으로 나서면서 저만치 다가오는 최상병에게 말을 던졌다.
「차가 안 들어오나보네?.」
「고개 너머까진 트럭을 타구 왔는데, 이런 눈더미 속에 일반버스가 들어올 턱이 없죠.」
최상병은 주점 앞으로 들어서면서 군화에 묻어 올라온 눈을 털었다.
「아줌마, 영주는 틀렸수. 돌아올 여자 같았으면 벌써 돌아왔지.」
그랬다. 멋모르고 들어온 사람이나 어찌하다 발목이 잡혀 전방 산골짜기에 살았지. 하늘만 빤하게 올려다보이는 오지 비야의 푸른 군복들 속에 누가 논다니 술집년으로 부대끼며 처막혀 있을 리 없는 것이었다.

  

 설촌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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