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눈길이나 뭐나 어떤 놈은 전방에 금싸라기 같은 청춘의 덜미가 잡혀 처박혀 있는데 한겨울 눈구덩이 속에 계집 끼고 히히덕거리며 구경이나 다니는 놈들이 있으니…….」

최상병은 부대길로 올라갔다. 설촌댁은 다시 고개를 들고 산모롱이 하얀 눈길을 바라보았다.

「어리석고 못난 것 같으니…….」

그녀는 원망과 그리움이 뒤섞인 소리로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술집을 굴러다니던 논다니라고만 해도 한마디 다잡아 해댄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처럼 후회스럽고 가슴노리 저미듯 마음이 아프진 않을 터이었다. 자신이 전방 들어와 몸응 붙이게 된 것도 별로 사정이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살아온 지난 날이 억울하고 서럽게 가슴을 적시며 떠오르고 박복한 여인네의 가련한 눈물이 차츰 볼고랑을 타고 흘러내리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가봐야겠다.」

시어머니가 말했다. 초례를 치르고 난 지 며칠 만에 군대에 간 아들이 반년이 넘어도 휴가를 올 줄 몰랐다. 시어머니는 노심초사 끝에 이쪽에서 아들을 찾아가 씨를 받아오기로 결심을 굳힌 것이었다. 아들은 5대 독자였다.

「남들은 그러믄 군대도 안 간다드라만.」

시어머니는 들은 귀가 있어서 몇 번이나 그 소리였다. 내리독자로 내려오다가 아들 형제를 두었으나 흐름이 그런 것인지 작은아들은 어릴 적에 홍역으로 죽었고, 육이오 난리 직후 혼란스럽고 살기 바쁘던 때라 대수롭잖게 여기며 사망신고를 잊고 있었던 것이 여직껏 호적에 살아 있는 것으로 잘못 등재되어 있는 바람에 독자로 남아 있는 아들이 군대에 간 것이었다.

 설촌별곡

 <제1회>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