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

 민족분단의 비극을 말하다

 

  록 총성이 멎은 휴전상태라지만 남북 쌍방이 타는 눈으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접적지역, 바로 우리의 전방이다. 갈대 우거진 벌판, 기름져 빛나는 녹색의 대지가 싸늘하게 식어 내리고 어둠의 장막으로 으슬으슬해지는 밤의 긴장, 초병들의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최전방은 마치 숨 막히는 하나의 새장이 된다. 우리의 아들과 형제, 친구들, 사랑하는 연인이 가 있는 곳이다. 대치하고 있는 쪽이 만약 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철책선, 고압선 장벽을 허물고 우리는 총을 내던져야 옳을 것이다. 민족을 입에 담을 땐 형제요, 친구일 수 있지만 상이한 이념과 체제, 정치권력의 대립으로 피를 흘리는 한 남북이 적일 수밖에 없는 비극을 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핵무기까지 가세했다. 피를 흘리던 노병은 이제 긴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전선에 스물 몇 살의 신세대가 총을 비껴들고 서 있다. 네가 아니면 내가 반드시 죽여야 할 적개심은 없다. 더 이상 적이 아니다. 총과 꼭두각시, 자동인형 같은 제복만 벗어던진다면 금방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는 친구, 말과 얼굴이 같은 형제, 세계 속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이 소설은 신세대들이 본 조국, 이제 그 자신들이 해야 할 소중한 일, 불꽃같은 삶의 열정으로 부딪치고 생각하며, 엉뚱하게 경험해 보지 못한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져 분단민족의 서글픈 비극을 체험하는 남북 병사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마음 속 깊은 우정과 민족애, 부적합한 이념과 극복해야 할 우리 시대의 현실적 모순을 그린 것이다.  일부 신세대의 패륜과 타락, 방종에 대한 질타가 무성하다. 과연 기성세대는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부정부패와 비리, 불의와 변절, 독직과 편견, 자기 한 몸의 보신과 정력을 위해서 산야의 짐승과 굼뱅이까지 잡아먹는 야만성으로 온갖 부정한 것들과 추악한 악취를 풍기면서 한낱 투기재산, 위선과 메마른 지식으로 잔인한 경쟁의 입시지옥과 터무니없는 성취욕으로 끝없는 파멸의 바다에 내몰지 않았는가. 그러나 신세대의 대부분은 삶의 열정에 차있고 건강하다. 누구보다 자신을 생각하고 젊음을 사랑하고 조국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 질곡과 부정한 것에 찌들고 기회주의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으므로 조국은 하나 되어 번영할 것이다.

                                   북한산방에서                                           김 중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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