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녀석들아. 청소는 안 하고 화장실 앞에 모여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 거야?”
왕방울 선생님은 대길이 일당이 싸움판을 벌이는 줄 알고 부리부리한 퉁방울눈을 사천왕처럼 부라리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고자鼓子 시비로 불거진 사태는 흐지부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토요일이지만 종우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놀지 않고 절집으로 걸었다. 서낭산 봉월사까지는 삼십 리가 넘었다. 한동안 혼자 찻길을 걸어와 막 지름길로 들어선 종우는 뒷전으로 다가오는 자전거의 따르릉거리는 방울소리를 듣고 얼른 길섶으로 비켜섰다.
,빨리도 걸어왔네.”
우석마을 기와집에 사는 김 소미였다. 소미는 1학년이어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키도 크고 예쁘게 생긴 얼굴로 퍽 성숙한 편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까이 다가온 소미는 브레이크를 잡고 자전거에서 내렸다.
,안 가구 왜 내리는 거니?”
종우는 의아하게 물었다.
오빠를 태우고 가려구.”
소미는 짐받이에 묶어놓은 책가방을 풀었다.
토요일이라서 책이 많지 않으니까 오빠가 내 책가방을 가지고 타.”
자전거에 날 태우고 가려구?”
종우는 소미가 시골길 자전거를 얼마나 잘 타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걱정 마.”
좋아.”
자전거 짐받이에 올라탄 종우는 소미가 엉덩이를 붙이고 올라앉은 안장 밑 부분을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그렇게 잡으면 자전거에서 떨어진단 말이야.그러지 말고 내 허리를 껴안아.”
소미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 자전거 핸들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안 되겠다,나 내려 줘.”
종우는 소미가 잡고 있는 자전거 핸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안 될 성불렀다.
괜찮아,오빠. 그냥 가만히 타고 있어.”
출발하는 자전거의 앞바퀴가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소미는 곧 자전거 핸들을 안전하게 다잡고 내리받이 길을 쭉 달려 나갔다. 구부러진 내리막길은 질퍽하게 경운기 바퀴자국이 깊게 패여 있었다. 자전거는 빠른 속력으로 달려 내려갔다.
“소미야, 천천히 좀 내려가!”
걱정하지 마.”
자전거는 빠른 속력으로 달려 내려갔다.
길이 안 좋잖아!”
종우는 소리를 질렀다.
아래 논바닥으로 처박히진 않을 테니까 오빤 날 꼭 잡고 있어.”
소미는 작은 몸매에도 자신만만했다. 휘움하게 굽은 내리막길은 물이 배어나 번질번질 흘러내리면서 아래쪽 길바닥까지 질퍽하게 적시고 있었다. 자전거는 질척한 내리막길에도 아랑곳없이 빠르게 달려 내려갔다.
조심해!”
경운기 바뀌자국이 나 있는 가운데로 길로 달려 내려가는 자전거가 곧 진창에 곧 처박힐 것처럼 종우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빨리 브레이크 좀 잡으라니까!”
알았어,브레이크를 잡으면 더 잘 미끄러진단 말이야.”
소미는 그제야 무섭게 휘둘리는 앞바퀴를 다잡으려고 핸들을 잡은 양쪽 손에 꽉 힘을 주고 있었다.
,어어엇!……
제멋대로 내달리는 자전거를 주체하지 못하던 소미는 얼떨떨한 정신으로 당황스런 비명을 질렀다.
소미야,조심해!”
쏜살같이 내닫던 자전거는 질퍽한 경운기 바큇자국으로 앞바퀴가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철퍼덕 진창에 넘어지고 말았다.
소미야,괜찮아?”
경운기 바큇자국이 깊은 진땅에 자전거 앞바퀴가 미끄러지기 직전에 재빠르게 뛰어내린 종우는 소미에게 달려가면서 물었다.
난 괜찮아.오빤 안 다쳤어?”
소미는 오히려 걱정스럽게 되물었다.
,난 괜찮아. 넌 다친 데가 없는지 한 번 걸어봐?”
소미는 아픈 다리를 살펴보려고 허벅지까지 치마를 걷어 올렸다. 다행히도 다리로 다친 데없이 멀쩡해 보였다. 소미가 다리를 걸을 수 없이 크게 다쳤으면 어떡하나 싶던 종우는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자전거를 고갯길로 끌고 올라왔다.
다음엔 내가 자전거 타는 걸 배워 갖구 소미 널 태워줄게.”
고갯마루 언덕으로 올라온 종우는 잔디밭에 소미와 나란히 앉았다. 바람이 차가운 듯 선선하게 불러오고 있었다.
나도 스님이나 될까봐.”
소미는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꿈꾸듯 말했다.
별 소릴 다하네.”
종우는 시큰둥한 코웃음을 쳤다.
중은 아무나 하는 줄 아니?”
못할 거 뭐 있어.하면 하는 거지.”

 

[<]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