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
종우는 시무룩했다.
종우오빠는 어떻게 중이 된 거야?”
소미는 무척 궁금하게 물었다.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스님을 따라 절집에 가서 살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중이 되었어.”
그런 게 어딨어?”
더 묻지 마. 절간의 중이라고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를 거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사는 길이 조금 다를 뿐이야. 스님이라고 별다르게 기이한 눈으로 바라볼 것도 없구. 다 똑같은 사람이야. 다르게 보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야.”
그냥 물어본 거야. 나도 모르겠어. 종우오빠가 왜 좋은지 말이야. 그냥 좋은 거 있지, 그래. 사람들은 그냥 좋은 걸 사랑이라고 하는 건지 모르지만.”
소미는 서슴없이 사랑이란 말을 했다.
아까 학교에서 말이야, 화장실 앞에서 대길이 애들과 어울려 담배라도 피우는 줄 알았는데 뭐 그런 내기가 다 있어?”
너도 그걸 다 봤니?”
대청소 하는 날이잖아. 복도 유리창을 닦던 애들이 모두 다 봤지 뭐야. 진짜 모두 숨을 죽이고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는 그때 하필 왕방울 선생님이 나타나서 산통을 홀랑 깨버렸지 뭐야.”
소미는 말을 하면서서도 싱글싱글 웃었다.
대길이 애들이 나 보구 자꾸만 때때중이라고 놀려서 한번 그래본 거야.”
종우는 그때 바지를 훌렁 내리고 고추를 내보이는 일이 벌어졌더라면 어떤 광경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때때중은 고자라고 하고 말이야. 장가를 못 가는 내시와 똑같다고 하면서 마구 놀리는 거야. 그래서 그만…….”
종우는 헛웃음을 치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서?”
소미는 점차 더 호기심이 발동하듯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래서는 뭐 그래서. 어떤 놈이 싱싱한 풋고추구, 누가 번데긴지 바지를 한번 벗어 보자구 한 거지.”

호호호, 종우 오빠두 참 웃긴다.”
얼굴이 붉게 변해 몸 둘 바를 모를 줄 알았던 소미는 한 손을 입에 갖다 대고 킥킥 소리를 내고 웃었다.
대길이 그 애들은 학교에서 오전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내빼는 애들이야. 깡패 조무래기들같이 패를 지어 돌아다니며 어수룩한 애들 으슥한 골목으로 끌고 가서 돈을 뺏기도 하고 그러는 애들이라는 거 종우오빠도 알잖아.”
어린 소녀티를 벗지 못한 소미는 상냥하고 귀엽고 훈훈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종우는 그런 소미가 좋았다. 혼곤한 잠이 들어 꿈속에서나 만나고 하던 어머니, 어머니를 만나는 그 기쁨의 순간이 되면 모질게 꿈이 깨어나 버리던 처절한 허망감에 몸부림치던 종우는 그런 어머니의 포근함을 우스꽝스럽게도 소미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세월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계율이란 사문(沙門:출가하여 수행하는 사람)을 한 치 운신의 폭 없이 얽어맨 사슬인가, 불성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수단인가? 소용돌이치는 회의와 질식할 것 같은 소미에 대한 미련, 감정을 몰수하고 심장을 송두리째 떼어 가버리듯 보고 싶고 궁금하게 사무치는 그리움, 그런 소미를 잊지 못한 채 종우는 환란의 미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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