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로 가는 버스도 곧 올 거예요.”
가게주인은 비바람이 차갑게 들이치는 출입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주인 말대로 흐릿한 물안개 속으로 버스가 한 대가 나타나고 있었다. 유정은 가게 맞은편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버스에 내리는 승객이 없다. 유정은 곧장 버스에 올라탔다.
차내는 몇 안 되는 승객이 드문드문 앉았다. 정은 빈 좌석을 잡아 앉았다. 바로 앞좌석에 머리털이 길게 덮인 더펄머리 청년이 앉아 있었다. 정은 청년의 옆 좌석으로 옮겨 앉을까 잠시 망설이다,
혹시 미륵봉이 어디 있는지 아시는지요?”
말을 건네며 물어봤다.
이 버스를 타고 가면 됩니다.”
청년은 무뚝뚝한 태도로 멋없이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버스는 빗속을 달려 나갔다. 정은 교도소 길목 가겟집에서 헤어진 출감자들을 다시 떠올렸다. 가족들의 행방이 묘연한 절망을 몇 잔술에 의지하며 얄궂은 세상을 타박하던 출감자들은 이제 어디를 헤맬까. 일정한 안식처 없이 거칠고 사나운 세상의 거친 삼각파도에 지친 몸으로 허둥거리며 헤매는 무변중생(無邊衆生:한량없이 많은 중생) 들이 어디 그들뿐이랴. 뒤틀리고 잘못된 세태에 대한 야유와 푸념과 비정한 한탄, 한바탕 전쟁이라도 일어나고 산더미 같은 해일이 일시에 몰려들어 세기의 인간 망종들을 모두 쓸어내기를 바라던 분노에 떨며 한숨은 짓던 차탄이 전이되듯 유정은 만행 중에 운수불길하여 뒤집어쓴 악덕의 모진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인간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말법의 시대였던가. 추악하게 타락한 중생사회를 차가운 냉소로 경멸하며 소홀하게 방기放棄해 온 유정은 나약한 산중 승려의 무능을 반추하며 절망적으로 버스에 몸을 내맡겼다.
악몽 같은 지난 시간들, 위험에 빠진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들었던 중생구제의 보살행이 추악한 패악으로 돌아와 거친 비난을 당하던 파계승의 비애와 자괴감에 유정은 다시 몸서리를 쳤다. 백번을 잘못해도 백번 자비를 베풀어 용서할 수 있는 게 불타의 위대함이거늘 그것도 법의를 걸친 승려가 법계의 질서와 불법을 어지럽히고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난 음행으로 빗발치는 매스컴의 선정에 기여한 파계승의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니.
아니다. 희생과 자비의 실천이 승려의 참된 본분이거늘 얼마나 무서운 업을 짓자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생명의 비명을 못 들은 척 귀를 막고 무심할 수 있었던가. 유정은 여섯 살 어린 나이에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오리길 서낭산 봉월사奉月寺 스님을 따라가던 때가 떠오른다.
추위가 유남하던 정이월이 다 지나가던 그때 저녁 무렵의 음산한 잿빛구름은 대지를 짓누르듯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밋밋한 야산자락 기슭도리 개천을 앞에 끼고 조그맣게 들어앉은 초가삼간은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마당 안팎으로 새끼줄이 둘러쳐지고, 저녁어둠이 찾아들어 음침하게 방문이 꼭 닫힌 방안에선 할머니와 작은숙모의 흐느껴 우는 소리가 가느다랗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지난날의 악몽 같은 시간들, 위험에 빠진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들었던 중생구제의 보살행이 추악한 패악으로 돌아와 거친 비난을 당하던 파계승의 비애와 자괴감에 유정은 몸서리를 쳤다. 백번을 잘못해도 백번 자비를 베풀어 용서할 수 있는 게 불타의 위대함이거늘 그것도 법의를 걸친 승려가 법계의 질서와 불법을 어지럽히고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난 음행으로 빗발치는 매스컴의 선정성에 기여한 파계승의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니.
아니다. 희생과 자비의 실천이 승려의 참된 본분이거늘 얼마나 무서운 업을 짓자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생명의 비명을 못 들은 척 귀를 막고 무심할 수 있던가. 유정은 여섯 살 어린 나이에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오리길 서낭산 봉월사奉月寺 스님을 따라가던 때가 떠오른다.
유난한 추위로 정이월이 다 지나가던 그때 저녁 무렵 음산한 잿빛구름은 대지를 짓누르듯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밋밋한 야산자락 기슭도리로 개천을 앞에 끼고 조그맣게 들어앉은 초가삼간은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마당 안팎으로 새끼줄이 둘러쳐지고, 저녁어둠이 찾아들어 음침하게 방문이 꼭 닫힌 방에선 할머니와 작은숙모의 흐느껴 우는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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