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젊은 내외가 불쌍해서 워쩌나.”
어둡게 방문이 닫힌 방안에서 가느다랗게 숨죽인 울음소리가 끝도 없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쯔쯔, 어린 것 하나를 두구...”
슬프고 침통한 얼굴들로 마당 새끼줄 밖에 서 있던 몇몇 마을들은 어처구니없이 세상을 떠나버린 내외를 한탄하며 하염없는 눈물을 짓고 있었다.
젊은 내외가 워칫게 눈을 감었을까.”
죽은 사람의 혼을 부르는 초혼招魂 뒤에 얼굴과 손, 발을 바로 잡아 수시(收屍:시신을 거두어 얼굴과 팔다리 등을 바로잡음)를 마친 아버지는 머리와 허리, 두 다리에 둥근 볏짚베개가 고여져 있었다. 며느리만이라도 어떻게 소생하기를 바라던 할머니는,
불효막심헌 것들, 젊으나 젊은 것들이 다 늙은 지 에미보담 워칫게 먼자 가는 게여.”
엊그제까지 생때같던 자식 내외가 갑자기 죽어 넘어지자, 할머니는 주먹으로 가슴을 퍽퍽 짓치며 억울하게 울부짖고 통탄하며 젊은 자식 내외를 뒤따라가듯 몇 차례가 그 자리에 혼절을 하곤 했다.
갑자기 돌림병(티푸스)이 나타난 마을은 귀기가 서리듯 스산하고 흉흉했다. 아무도 무슨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읍내 보건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흰 마스크를 쓰고 집 안팎을 번거롭게 드나들며 소독을 했다. 더러운 물, 대소변 같은 배설물이나 병균이 감염된 음식으로 옮는 전염병은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에게 잘 발생하면서 병세가 심해지면 고열로 장이 녹아내린다고 했다.
입고 쓰던 물건들을 모두 다 밖으루 내놓으셔유.”
집 안의 솜이불과 장롱, 가방, 옷가지, 심지어 책과 사진첩과 평소 아끼던 잡다한 일용품들까지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다 꺼내 언 논바닥에 높이 쌓고 불을 질렀다.
언 논바닥에 쌓인 세간들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 있는 논틀길로 들것 두 대가 앞뒤로 빠르게 나가고 있었다. 훤한 낮엔 차마 갈 수는 없는 길이던가. 잿빛구름이 음산하게 드리워진 저녁 날씨는 찬바람마저 매섭게 불어오고 있었다. 한창 젊은 것들이 다 늙은 어미 앞에 죽어나자빠진 꼴을 보기 싫다고 보이지 않던 할머니는 생때같은 자식 내외가 나란히 거적때기에 말려 들것에 실려 나가는 것을 어느 구석에서 또 보았는지, 펄쩍 뛰어나와 얼어붙은 논바닥을 허둥지둥 쫓아나갔다.
저 못된 원수들을 내 눈앞에서 빨리 쫓쳐 보내거라. 얼매나 모진 것들이먼 즈이 새끼 하나 늙은 에미 앞자락에 내던지구 도망가는 게냐. 천하에 불효막심헌 것들 같으니…….”
몇 번 기력을 잃고 넘어지던 할머니는 잘 가누지도 못하는 몸으로 논틀길을 비척비척 쫓아나가 짚자리에 둘둘 말려 들것에 실려 나가는 자식 내외를 향해 연거푸 새된 고함을 질렀다.
이눔아, 니는 이자 누구허구 살래?”
할무니허구 살지.”
종우는 천연스럽게 대답했다.
어이구우, 불쌍헌 내 새끼. 하느님두 무심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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