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야윈 가슴에 불쌍한 손자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다. 하루 한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이 찔꺽눈이 되어버린 할머니는 똑같은 소리를 계속 되풀이했다.
콜록콜록, 어이구우, 불쌍헌 내 새끼.”
날이 갈수록 기력이 쇠잔해진 할머니는 고약한 해수병咳嗽病이 우심해지면서 기력에 부치는 기침을 그칠 줄을 몰랐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앙상하게 벌렁거리는 가슴에 한 손을 가져다 꾹 누르며 연해 콜록거렸다. 날씨라도 조금 차가운 밤이면 해수기침이 더욱 기승하여 홀쭉하게 얼굴이 야윈 할머니는 고약한 쇠기침을 끊임없이 콜록거렸고, 가래가 끓어올라 그르렁거리는 소리로 숨을 쉬다 힘에 부치면 베갯머리에 두 주먹을 올려놓고 이마를 붙인 채 잠시 잠을 청하곤 했다. 그때마다 종우는 남새밭 무구덩이에서 꺼내온 무를 닳아빠진 달챙이 숟가락으로 열심히 긁었다.
할머니, 이거 먹어.”
종우는 시원하게 긁은 무즙을 할머니 입에 넣어주었다.
으음…….”
시원허지, 할무니?”
오냐.”
겨울 무의 시원한 즙을 몇 숟가락 받아먹고 난 할머니는 목구멍에 늘어붙어 갈근거리던 가래가 사그라지고 답답하던 가슴이 편안해지는지 베개에 좁은 이마를 묻고 조용히 잠을 청했다.
할무니, 아부지 엄니는 언제 와?”
종우는 기침소리가 조용해진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미두 느이 엄니 아부지가 은제 올는지 잘 모르겄다. 이자 핼미헌티 무를 그만 긁어주구 니두 어여 자거라.”
엄니가 보구 싶어, 할무니.”
종우는 치근치근 졸랐다.
인자 이 할미가 니 엄니 아부지가 있는 디루 데려다주마.”
그게 참말이여, 할무니?”
심통을 부리며 치근거리던 종우는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 핼미가 은제 니헌티 거짓말을 허는 거 봤느냐.”
종우는 할머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이듬해 서낭산 골짜기에 허옇게 얼어붙던 얼음이 녹아내리는 봄물이 지면서 화창한 명지바람이 보드랍게 불어와 따뜻해진 봄날 봉월사 허봉스님이 마을로 내려왔다.
스님, 일자一子 출가出家허먼 구족九族이 생천生天헌다구 히었지유. 지 애비 에미를 한 날 한시 모다 잃구 불쌍헌 우리 손자를 스님께 부탁헙니다. 훌륭한 불자가 되도룩 잘 좀 길러주셔유. 그 은공은 이 늙은이 저승에 가서라두 꼭 잊지 않을 것이구먼유.”
할머니는 두 손 합장을 하고 봉월사 스님에게 간곡히 당부를 하였다.
종우야, 이자 스님을 따러가라. 스님을 따러가서 살믄 니가 보고 싶은 엄니두 보구 아부지두 만날 것이여.”
할머니는 몹시 야윈 가슴에 어린 손자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당신이 평생을 귀하게 지니고 살아온 청매화석염주를 풀어 종우의 목에 걸어주었다.
하아, 구슬이 참 이쁘다, 할머니. 이거 징말루 나 주는 거여?”
암만, 주구 말구. 이 할미 대신 니가 이 염주를 목에 걸고 스님 말씀을 잘 따라야 헌다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눈물이 가득 괴어 찔꺽거리는 눈으로 가엾이 바라보며 손목을 좀체 놓을 줄을 몰랐다.
이자, 스님을 따러가거라.”
할머니는 우물처럼 우묵하게 들어간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로 어린 철부지 손자를 돌려세웠다.
종우야, 이 스님하고 같이 가자.”
얼굴에 미소를 짓고 다가선 허봉스님은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어서, 가거라.”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채근하며 마을 삼사미 덤불숲을 지나 서낭산 산길까지 따라나섰다.
아무 걱정을 마시고 들어가십시오, 보살님.”
서낭산 산길에 오른 허봉스님은 좀처럼 돌아설 줄을 모르고 눈물로 어린 손자를 바라보는 노 보살을 마주하며 다소곳한 합장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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