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우야, 스님하고 같이 가자.”
얼굴에 미소를 짓고 다가선 허봉스님은 종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가거라.”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채근하며 마을 삼사미 덤불숲을 지나 서낭산 산길까지 따라나섰다.
보살님, 아무 걱정을 마시고 들어가십시오.”
서낭산 비탈길에 다다른 허봉스님은 좀체 돌아설 줄을 모르고 어린 손자를 눈물로 바라보는 노 보살을 다시금 마주하며 다소곳한 합장을 하였다.
스님, 절에 가먼 울 엄니 아부지가 있어유?”
종우는 스님 곁으로 바싹 따라붙으며 물었다.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으냐?”
허봉스님은 동그란 두 눈동자를 반들반들 굴리며 어머니, 아버지를 찾고 이것저것 똘똘하게 묻고 하는 종우를 총명스럽게 바라보았다.
스님을 따라가면 엄니 아부지를 만날 수 있다고 할무니가 그랬어유.”
종우는 얼른 앞서 뛰어가다 돌아선 자리에서 말했다.
네 두 눈이 영락없이 까만 머루 알 같구나.”
어린 종우의 또랑또랑한 말소리에 머루 알처럼 까맣게 반들거리는 두 눈의 정기를 미루어보아 결코 예사롭지 않은 아이란 생각에 허봉스님은 딴소리하듯 말했다.
스님, 절에 가먼 울 엄니랑 아부지를 징말로 만날 수 있는 거지유?”
종우는 재차 강다짐하듯 물었다.
스님 생각엔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만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구나.”
피이, 그런 게 어디어유. 울 엄니가 있으먼 만나는 거구, 없으믄 못 만나는 거지유.”
허허, 그건 네 말이 옳구나.”
허봉스님은 껄껄 웃었다. 종우도 스님을 따라 깔깔거리고 간드러지게 웃었다. 허봉스님과 종우는 도란도란 재미나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낭산 중턱까지 숨차게 걸어 올라왔다.
눈 아래 한참을 내려간 산기슭에 고만고만한 초가집들이 올망조망 모여 있었다. 소나무밭 가장자리로 들어앉은 서너 채의 집들과 함께 마을 삼거리 너럭바위 고인돌이 놓여 있는 덤불숲 가까이 측백나무 울타리를 두르고 있는 종우 할머니네 집을 비롯하여 서낭산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개천을 끼고 있는 초동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종우야,다리 아프지?”
허봉스님은 넌지시 종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하나두 안 아퍼유.”
종우는 보라는 듯이 산비탈 길을 달려 올라갔다.
허허허,네가 작아서 내 바랑에 쏙 들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커서 안 되겠구나. 그냥 스님의 등에 한번 업혀 보거라.”
허봉스님은 어버이가 보고 싶은 종우의 간절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스님은 등에 커다란 바랑을 메구 있는디 지를 어떻게 업는대유.”
종우는 손을 내저으며 씩씩한 발걸음으로 비탈길을 옹골차게 뛰어 올라갔다.
지는 할무니가 절에 댕길 적마다 따러 댕겨갖구 다리가 하나두 안 아퍼유.”
앞서 쪼르르 달려가던 종우는 산허리로 돌아가는 모퉁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깎아지른 산벼랑을 슬며시 굽어보았다.
무서운 게냐?”
이까짓 게 뭐가 무서워유.”
종우는 고개를 홰홰 내저었다.
무섭거든 스님 손을 잡아라.”
허봉스님은 선뜻 발을 떼어놓지 못하는 종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어유.지 혼자두 얼마든지 갈 수 있어유.”
종우는 크고 작은 바윗돌들이 비쭉비쭉 비어진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걸어 나간다. 허봉스님은 어린 녀석이 무엇을 살피고 생각하는 소견과 위험한 산길을 헤쳐 나가는 담대한 용기와 조심성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종우야,만약에 말이다.”
.”
종우는 키가 큰 허봉스님을 올려다보았다.
절에 부처님이 안 계시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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