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로 돌아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에서 허봉스님은 종우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물었다.
부처님이 없는 절두 다 있어유?”
종우는 당찬 소리로 되물었다.
,있고 말구. 절에는 눈에 보이는 부처님만 계신 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보이는 부처님도 계시단다. 너는 어느 쪽의 부처님이 좋으냐?”
스님두 차암,그거야 눈에 보이는 부처님이지유.”
스님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부처님이 좋구나. 그게 진짜 부처님이거든.”
부처님두 가짜가 있구, 진짜가 있어유?”
종우는 도대체 모를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가짜로 보이는 부처님도 있어서 마음으로 보는 부처님이 진짜 부처님이란다.”
진짜 부처님은 어떻게 생겼는디유?”
진짜 부처님은 아무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진짜 부처님은 부처님 말씀을 잘 듣고 따르는 사람만 볼 수 있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우리 종우가 절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보려면 마음으로 보이는 부처님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처님을 보는 법두 따루 있어유?”
, 있구 말구. 이 스님 말을 잘 듣고 따르면 부처님을 바르게 보게 되고 네가 보고 깊은 어머니, 아버님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허봉스님은 어린 종우에게 이런저런 말로 다짐을 주었다.
부처님 앞에선 할머니하고 삼촌댁에서 살던 것처럼 함부로 못된 장난을 하고 고집스런 심통을 부리게 되면 부처님도 못 보게 될 뿐더러 어머니, 아버지도 영영 못 만나게 될 것이니라.”
돌모루石隅 마을의 노 보살은 철부지 어린 나이에 일찍 조실부모한 손자가 불쌍한 생각에 당신의 품에 끼고 매사 오냐오냐 받아 어르며 애지중지 기른 것을 허봉스님은 잘 알고 있었다.
알었어유, 스님.”
종우는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법당의 부처님께서는 항상 부드럽게 웃고 계시지만 한번 화를 내시면 굉장히 무섭단다. 그러니 절에 가서는 절대로 부처님이 화를 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허봉스님은 영민하기가 이를 데 없는 종우를 미리 다잡아 이르며 차례로 업장의 굴레를 씌워 놓고 있었다.
…….”
종우는 금방 울름을 터뜨릴 것처럼 부루퉁한 얼굴로 대답이 없다.
왜 대답이 없느냐?”
허봉스님은 양쪽 볼이 통통해진 종우를 돌아다보며 물었다.
스님은 시방 지헌티 장난으루 거짓말을 허는 거지유?”
장난이라니, 스님은 헛된 말이나 장난을 하지 않는다.”
허봉스님은 엄했다.
, 그 럼 울 엄니, 아부지가 절에 없는 거지유?”
종우는 스님의 엄한 대답에 무서운 겁을 먹거나 노여움을 타지 않고 외려 또박또박한 말씨로 따져 물었다.
스님 말을 잘 들어야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말을 하지 않았느냐.”
허봉스님은 말소리에 좀 더 힘을 주었다.
아녀유, 스님은 시방 거짓말을 허는 거여 ? 난 울 엄니 아부지가 절에 없으믄 안 갈래유.”
당차게 절 길을 오르던 종우는 붉게 부르튼 얼굴로 팽 돌아섰다.
으앙! 스님, 미워유. 거짓말 허는 스님은 나쁜 사람이어유. 지는 할무니헌티 갈래유. 으아앙.”
종우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며 앞서가던 길에서 돌아섰다.
허허허, 이 스님이 종우한텐 우스운 말도 못하겠구나.”

허봉스님은 얼른 말소리를 바꿔 달아나는 종우를 붙잡았다.
네 어머니 아버지는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극락에 계시니라. 우리 종우가 부처님 말씀을 잘 듣고 따르면 언제든지 극락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를 만날 수 있으니 아무 걱정을 마라.”
두 팔을 벌려 종우를 꼭 감싸 안은 허봉스님은 큰 소리로 울며불며 어깨를 들먹거리는 녀석을 토닥토닥 따뜻이 타일렀다.
어서, 절에 가 스님하고 부처님께 네 소원을 빌어보자구나.”
참말루 울 엄니 아부지가 극락에 있는 거지유?”
종우는 스님에게 다짐을 받았다.
, 있고 말구. 극락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가며 착하게 산 사람들만 가서 사는 곳이란다. 이 스님하고 절에 가서 부처님 말씀을 잘 듣고 소원을 빌면 부처님께서 네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게 해 주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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