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었구먼유. 빨랑 가유.”
발등이 깨질 것같이 굵게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양 손으로 번갈아 훔쳐 닦으며 종우는 절을 향해 달려갔다.
부모를 만나고 싶은 종우는 절에서 잠시도 손을 놓고 있지 아니했다. 할머니가 재일齋日에 서낭산 봉월사에 불공을 드리러 올라가면 한시도 손을 놓지 않고 불전을 닦고 마당을 깨끗이 쓸어가며 팃검불 하나라도 떨어지면 얼른 허리를 굽혀 줍던 것처럼, 종우는 공양간에서 불공마지(불상 앞에 올리는 밥)를 지을 때도 땔나무 심부름을 하고 불목하니처럼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법당으로 마지 불기佛器를 정성껏 받쳐 들고 달려가고, 다른 스님들 심부름을 하다가도 틈이 나면 대웅전 마루에 이마를 붙이고 넙죽 엎드려 부처님에게 열 번 스무 번 오체투지를 하며 부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한 소원을 빌었다. 천수경을 큰 소리로 외우고, 상좌스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아니했다. 고단하게잠자리에 들 때도 종우는 어머니 아버지를 만날 생각만 했다. 죽어라고 부지런을 떨며 애쓰는데도 불구하고 날이 가고 달이 가도 종우는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만 더해가고 있었다.
큰스님은 이 종우 놈헌티 거짓말을 허셨구먼유? 그렇지? 절엔 우리 엄니 아부지가 없지유? 안 그려유? 지 말이 틀렸는감유. 틀렸으면 말씀을 히어봐유?”
종우는 부처님 답전에 붉은 가사袈裟를 걸치고 있는 허봉스님에게 매달려 묻고 또 물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아무런 대답이 없이 대웅전을 낭랑히 울리는 목탁소리뿐이었다. 종우는 마지막으로 굳센 결심을 하고 서낭산 동굴에서 수행하던 객사의 수좌스님 한 분이 높은 바위벼랑에서 떨어져 죽어 산짐승들의 밥이 되었다는 하늘바위로 올라갔다.
봉월사는 갑작스런 동자승 실종으로 뒤숭숭했다. 며칠이 지난 뒤 상좌 수인스님은 나이 어린 동자승이 죽은 어머니가 보고 싶어 애를 태우며 몸부림을 치다 잘못된 일을 저질렀나 싶은 예감이 후끈하게 덜미를 치자 부리나케 뛰어 올라간 하늘바위에서 마침내 동자승 유정을 발견하고 허둥지둥 들쳐 업고 도량으로 내려왔다.
사실 유정은 그때 어머니를 만났다. 마치죽음 같이 깊고 깊었던 꿈속에 나타난 어머니 아버지, 유정은 다시 한 번 그런 꿈을 꾸고 싶었다.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꿈을 꾸는 것이었다.
너는 속세의 모든 인연을 끊었느니라.”
허봉스님은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인연이 무엇인지요?”
어린 줄만 알았더니 부처님의 말씀을 제법 깨우쳐가는구나. 인연이라는 것은 나와 다른 것들의 관계인 것이다. 이러한 인연은 길고 짧고 또한 조건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라. 이 세상의 유정(有情:육체가 있고 정신도 있는 것),무정(無情:육체는 있으나 영계가 없는 것)이 억겁의 생으로 너와 연관이 되지 않은 게 없구나.”
허봉스님은 속세에 아무런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극락왕생하신 할머님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게 될 것이다.”
연치가 열 살이나 위로 솟은 수인스님은 친근한 말로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달래주었다.
두 분 부모님은 지금 세상 어딘가에 계실 것이다. 큰집에서 부유하게 사시면서 불쌍한 사람들에게 후덕한 자비를 베푸는 보살일 수도 있고, 어디에서 남들 고단한 수고를 덜어주고 계신 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를 가나 무슨 말을 들으나 유정은 그리운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가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다. 유정은 마음속의 부모님, 할머님에 대한 그리운 뿌리가 깊게 박히고 골수에까지 사무친 나머지 도량을 몰래 빠져나와 뛰어 올라간 하늘바위에서 어머니, 아버지를 애타게 불러보고 했다. 별들이 반짝거리는 밤하늘에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하늘 끝까지라도 달려가 어리광을 부리며 젖 냄새가 물씬거리는 품에 포근하게 아늑하게 안기고 싶었다. 그런 망념에 사로잡혀 돌아오면 언제나 알아듣고 실행하기 어려운 큰스님의 말씀이 두렵게 기다리고 있었다.
네 작은 머릿속에 웬 도깨비 떼가 그리도 많이 들어 있느냐. 앞으로 석 달 동안 매일 삼백 배를 하고 천수경 염불하여라.”
허봉스님의 말씀을 부처님 말씀으로 잘 따르고 지키던 유정은 사시불공 마지를 쟁반에 받쳐 들고 대웅전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다 발을 잘못 디딘 몸이 휘청하면서 불공 마지를 계단에 메어치고 말았다. 정갈한 마지는 돌계단, 마당으로 산산이 흩어지면서 흙 범벅이 되어버렸다.
네 이놈! 근자에 들어 어디에 정신을 팔고 사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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