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봉스님은 불같은 호령을 하였다.
아니 되겠구나. 네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부처님께 삼천 배를 올리도록 하여라.”
종우는 대웅전에 들어가 삼천 배를 시작하였다. 삼천 배를 올리다 지처 쓰러지면 천상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님도 함께 계시겄지유.”
종우는 중학교 3학이었다. 이젠 부처님 법계의 말씨도 바르게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시골 작은 읍내 중학교라서한 학급 밖에 없는 남녀공학이었다. 남학생이 3개 분단에 여학생이 1개 분단이었다. 다른 남학생들과 달리 종우는 반들반들하게 배코를 친 머리라서 아이들이때때중이라고 곧잘 놀리곤 했다.
때때중, 너 고자지?”
. 주위의 아이들이 익살스럽게 킬킬거리고 웃었다.
고자가 뭐니?”
양쪽 볼이 볼록하게 살이 찐 애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고 물었다.
, 고자는 씨가 없는 거야. 그거 알아?”
씨가 없다구?”
, 불알이 없어서 애를 못 낳는 거라구.”
대길이가 대견스럽게 나왔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옛날 궁중 내시 같은 거구나.”
주위를 에워싸고 둘러선 아이들은 아주 재미스럽게 키들거렸다.
느이들이 모르는 소리야. 난 고자가 아냐. 중두 남자니까 장가를 가서 애도 낳을 수 있지만 수행을 위해서 여자를 멀리하고 장가를 안 가는 거야.”
종우는 큰 소리로 반발했다.
수행이 뭔데 장가를 안 가니?”
한 녀석이 물었다.
중의 법도가 장가를 갈 수 없게 되어 있어. 법도도 그렇지만 중이 장가를 가면 복잡한 일들이 생기고 번뇌가 많아져서 불도를 닦는 수행이 아주 힘들어지기 때문이야.”
종우는 아이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을 잘 해보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저 때때중 새끼, 시방 뭔 소릴 하는 거니?”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대길이는 주위 아이들을 향해 때때중을 우스꽝스럽게 비웃으며 동조를 구하듯 물어봤다.
종우새끼, 저거 분명히 고자라구. 니들은 때때중이 장가를 가서 색시가 아이 낳는 거 봤니? 새끼가 고자니까 시방 엉뚱한 소릴 열나게 까대구 있는 거야.”
대길이의 한패거리 중에 덩지가 드럼통 같은 물퉁이가 말했다.
느이들 내가 참말로 고잔지 아닌지 한번 볼래?누가 쇠불알처럼 잘 생겼는지 한번 보자구.”
종우는 질 수가 없었다.
때때중 새끼,웃긴다.”
대길이와 그 패거리들은 서로 쳐다보며 낄낄거렸다.
좋아, 바지를 내려보자구. 자지두 누가 크게 잘 생겼는지 비교해 보자.”
종우는 조금치도 지체 않고 바지 혁대를 풀었다.
어쭈, 정말?”
대길이를 위시해서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아이들의 눈동자가 일시에 휘둥그레졌다.
누가 풋고추고 누가 여문 고춘지 대보자니깐?”
종우는 대차게 기세를 잡고 나왔다. 재미스럽게 지켜보며 키들거리던 아이들은 웃음이 싹 가신 얼굴로 슬금슬금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니들 바지를 안 벗을 거니?”
종우는 큰 소릴 치며 혁대를 푼 바지의 지퍼를 쭉 갈랐다.
새끼들아, 니들은 갑자기 고추가 번데기가 된 거니? 때때중 새끼는 바지를 까고 있잖아.”
대길이는 눈을 부릅뜨며 패거리 애들을 다그쳤다.
, 버었지 뭐.”
패거리 애들은 대번에 오갈이 들듯 말을 더듬으며 바지춤으로 손을 가져가긴 했으나 고개로 쿡 쑤셔 박은 채 주춤거리고 있었다.
넌 안 벗구 뭐해?”
종우는 대길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그쳤다. 바로 그때다. 킥 하고 웃음이 터지는 소리가 주위의 아이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구붓한 어깨로 바짝 움츠러들어 힘센 대길이 대장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던 한 애가 교실 쪽을 흘끔 돌아보다 말고 한쪽 눈을 찔끔 감아보였다. 교실 유리창엔 볼록한 화경(火鏡)처럼 휘둥그레진 여학생들의 눈동자가 쫙 깔려 있었다.
년들, 볼 티먼 보라지.”
대길이는 결단코 질 수 없다는 듯이 대담하게 바지를 무릎 아래로 쭉 밀어 내렸다.
좋아.”
동시에 종우는 바지춤을 확 내렸다.
어쭈, 저 새끼 삼각텐트를 쳤는데.”
놀랍게 쳐다보던 애들 가운데 진표라는 애가 커다란 눈동자를 닦은 방울처럼 반들반들 굴리며 쳐다보았다.
, 박대길. 팬티 벗을 거야 말 거야?”
종우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풀이 죽은 듯하던 대길이는 한 손을 팬티 속에 집어넣고 주먹을 쑥 내밀었다.
그건 니 풋고추가 아니라 팔뚝 말좆이잖아
종우가 큰 소리로 일갈했다. 주위를 겹겹이 에워싸고 몰려든 아이들의 폭소가 터지고, 토요일 대청소를 하며 유리창 너머로 진귀한 풍경을 바라보던 여학생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숨넘어갈 듯이 자지러들었다.
짜샤, 이래도 말 자지냐?”
대길이는 끝내 움켜쥐고 있던 바지춤을 확 밀어 내리기 무섭게 잽싼 동작으로 끌어올렸다. 교실 밖으로 몰려나왔던 여학생들이 질색하는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다.
엄마 뱃속의 껍질이 그냥 붙어 있는 우멍거지도 좆이냐?”
종우는 신나게 공박했다. 대길이 대장이 졸지에 무안을 당하는 웃음거리가 되자 한패거리 아이들이 하나같이 얼빠진 동태눈깔을 끄먹거리며 대길이를 바라보는데 왕방울체육 선생님이 대청소 검사를 하려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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